초콜릿이 수능특수에서 밀려난 까닭은?
‘초콜릿 싫어요. 떡이나 엿을 주세요!’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수능시즌이면 떠들썩하던 ‘초콜릿 특수’가 올해는 실종됐다. 대신 떡과 엿 등 국내산 원료를 쓴 ‘우리 먹을거리’가 복고바람을 이끌고 있다.
초콜릿은 원래 포도당이 많아 두뇌 회전을 돕고 기분전환 효과가 있다. 그래서 수험생의 간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그런데 멜라민 파동 이후 초콜릿은 ‘공공의 적’으로 내몰렸다. 일부 외국산 초콜릿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불황일 때마다 유행하는 복고열풍도 초콜릿 특수 실종에 일조했다. 이 때문에 초콜릿 판매업체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울상이다.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마다 초콜릿 매출이 20~30% 떨어졌다. 멜라민 후폭풍인 셈이다.
초콜릿이 밀려난 자리에는 역전의 용사가 살아돌아오듯 떡과 엿이 부활하며 수능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 옥션의 경우 이달 들어 초콜릿 판매량은 지난달보다 10% 정도 줄었다.
대신 떡이나 엿 등은 판매량이 무려 50% 정도 늘었다. 떡 가운데 수능특수를 누리는 상품은 찹쌀떡이다. 궁중두텁떡, 영양떡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옥션은 떡이 수능 수혜주로 급부상하자 아예 ‘수능합격기원 충청남북도 지자체 특화상품전’을 열고 수능기원 엿, 찹쌀떡, 비타민제 등의 상품을 할인판매하고 나섰다. 할인폭도 최고 80%에 달한다.
그런데 옥션은 시판 중인 떡이나 엿 모두 국산 재료 사용했다. 아마 멜라민 초콜릿을 의식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찹쌀떡과 두텁떡을 증편으로 담아낸 수능합격기원 종합떡세트는 아예 제품 포장재에 국내산 찹쌀만 사용했다는 문구를 표기했다.
2만1500원에 팔리는 합격기원 창평장원엿세트는 쌀엿의 달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 제품이다. 이 엿세트도 국내산 쌀, 엿기름, 생강, 깨 등 원료 표시뿐 아니라 낱개로 포장한 게 특징이다.
다분히 중국산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의식한 듯한 인상이 짙게 풍기는 마케팅 전략이다.
수능특수는 온라인 쇼핑몰뿐만이 아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앞다퉈 수능특수 공략에 팔을 걷고 나섰다.
초콜릿은 여기서도 찬밥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수능 관련 기획행사를 전개하면서 초콜릿을 아예 목록에서 제외했다.
대신 홍삼음료, 비타민A, 꽃차 등 건강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수험생을 위한 식품 모음전에서도 초콜릿은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는 초콜릿 대신 엿을 수능 마케팅 사은품으로 서비스했다. 바야흐로 초콜릿 수난시대인 것 같다.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맛’과 ‘영양’에서 ‘건강’과 ‘안전’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은 식품은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진리를 수능특수에서 사라진 초콜릿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