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엔 ‘소박한 밥상’을 좋은 음식을 표현하는 옛말 중에 ‘고량진미(膏粱珍味)’라는 말이 있다. 기름진 고기와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초라한 음식을 나타내는 말로 ‘박주산채(薄酒山菜)’라는 표현이 있다. 맛이 좋지 않은 술과 산나물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 중기의 서예가 한석봉의 시조 중 ‘아해야 박주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라는 구절도 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만성질환, 특히 심혈관계 질환에 좋은 음식은 고량(膏粱)이 아닌 산채(山菜)다. 혈액 중의 지방성분은 크게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으로 나뉜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만드는 재료가 되고, 일부 호르몬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에 간에서는 콜레스테롤을 생산하고, 음식물로 들어온 콜레스테롤도 흡수하게 된다. 혈중 콜레스테롤의 70%는 간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30%는 음식물로 섭취된 것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콜레스테롤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콜레스테롤과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콜레스테롤이다. 잉여의 LDL-콜레스테롤은 혈관벽에 쌓이게 되고, 혈관 내경을 좁게 만들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혈관이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기도 하는데, 심장의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의 혈관이 막히면 뇌졸중이 된다. 반면 HDL-콜레스테롤은 잉여의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가져와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중성지방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약화시키고,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므로 해롭다. ‘이상지혈증’이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은 줄어들면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혈중에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상지혈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 그리고 비만한 사람의 경우 체중 조절이 필수적이다. 삼겹살 등 육류에 많이 포함된 포화지방이나 마가린, 쇼트닝 등에 많이 포함된 트랜스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많이 올리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계란 노른자는 일주일에 두 개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육류 중에서는 생선을 권한다. 또 섬유질이 많은 야채나 과일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좋은 음식의 개념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김준형 내과전문의>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