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즐기며 살 빼는 '포지티브 다이어트' 확산
[채식열풍①]잘알고 먹어야 효과
【서울=뉴시스】
“친구, 가족들과 어울려 식사를 즐긴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잘 모르고 살았어요.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쁨을 다시 찾은 것 같아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리나 에찬디(32)는 일일이 음식의 칼로리를 따지던 일을 그만뒀다. 그녀는 지방과 칼로리 등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대인기피증에 빠졌었다. 하지만 칼로리 계산을 그만둔 이후 그녀는 오히려 다이어트에 효과를 얻고 있으며, 행복도 되찾았다.
에찬디는 신선한 식품으로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그는 올리브유를 이용해 요리를 하지만, 가끔 버터도 사용한다. 견과류와 땅콩버터 등은 그녀가 좋아하는 메뉴다. 또 계절마다 지역에서 나는 과일과 야채 등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지방·열량·탄수화물 등에 지나치게 치중한 다이어트가 주류를 이뤘다면, 이제는 단순히 음식을 즐기는 다이어트족(族)들이 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건강이나 체중감량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대신 계절마다 제철인 야채나 과일·열매 등 건강에 좋은 음식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포지티브(positive) 다이어트’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NPD그룹’이 지난 1980년부터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식습관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미국 사람들의 수가 최근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990년으로 여성 39%와 남성 29%가 음식조절을 통한 체중감량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재 이 수는 여성 26%, 남성 16%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조사결과 유기농 음식과 곡류 등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NPD의 해리 배즐러 부사장은 “음식을 가려가며 피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몸에 좋은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저칼로리 식품·음료수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열량관리위원회(Calorie Control Council)의 조사결과에서도 다이어트를 시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2004년 33%에서 2007년 29%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식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지표는 다른 부분에서 속속 감지되고 있다. 시장연구기관 ‘인포메이션 리소스’가 지난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53%의 소비자들은 ‘식량 가격이 오르더라도 먹던 식품을 구입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유기농 식품 초점 ‘포지티브 식사’ 부상
유기농 식품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 뛰어든 농가가 지난 1990년대 중반에 비해 곱절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은 ‘포지티브’ 식습관이 과거에 다이어트 방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비만연구소는 “다이어트 음식과 무가당 음료수, 저지방 스낵 등이 체중 관리에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한다”고 밝혔다.
뉴욕의 다이어트 전문가인 신시아 새스는 “많은 고객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한 이후 포지티브 식습관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상담에서 만난 고객들은 대부분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발간된 ‘좋은 칼로리 나쁜 칼로리(Good Calories, Bad Calories)’ ‘식품 방어(In defence of Food)’ 등의 서적들은 미국 사람들의 왜곡된 식습관을 지적하고, 음식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미국 사람들은 최근 아보카도, 블루베리, 호두 등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즐기고 있다. 또 감자 칩보다는 블루콘칩 등과 같이 식품의 질을 추구하는 쪽으로 식습관을 바꾸고 있다.
일부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실패한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슬로푸드운동(Slow Food Movement)’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미국 노동절에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던 미국 슬로푸드 페스티벌에는 약 6만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미국 내 슬로푸드운동에 대한 열기를 보여줬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푸드 전문 레스토랑인 ‘쉐 파니스(Chez Panisse)’의 앨리스 워터스는 “사람들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요리에 투자하면서 식습관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슬로우푸드·균형 잡힌 식습관 관건
유기농 전문 레스토랑인 ‘쉐 파니스’는 현재 인터넷 요리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전문 요리 방법을 미국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워터스는 “요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널리 알려 사람들이 집에서 요리하는 것에 대해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면, 식습관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요리서적의 작가이자 방송인인 레이첼 레이는 슬로푸드운동에 든든한 후원자이다. 그녀는 칼로리와 지방 혹은 탄수화물 등에 대한 문제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심지어 그녀의 요리책에서도 칼로리에 대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레이는 “사람들이 과거의 식습관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며 “시간을 내서 요리를 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체중이나 칼로리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요리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지티브 다이어트’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영양학자들은 “시간에 쫒기는 가정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 ‘포지티브 다이어트’가 잘못 해석돼 과도한 음식섭취를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 헌터 칼리지의 식품영양학과 알린 스파크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식품을 포함한 음식섭취량을 늘리고 있지만, 문제는 가정에서 식품을 어떻게 요리하느냐”라며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임상영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지방 음식을 섭취하고 있는 비만 여성 97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절반은 “과일과 야채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를 들었다.
그해 말께 저지방 음식 섭취와 함께, 야채 섭취량을 늘린 여성들은 평균 7.7㎏가량 체중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지방 음식만을 먹은 여성들보다 무려 20%나 많은 수가 체중감량의 효과를 본 것이다.
아울러 식품을 직접 쇼핑해서 집에서 요리하고 또 설거지를 하는 사람들은 평균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평균 체중의 사람들은 과체중과 저체중의 사람들보다 식사와 관련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학교 영양학자이자 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What To Eat)’를 집필한 마리온 네슬레 교수는 “과거 사람들이 음식을 적으로 생각했었지만, 사실 진짜문제는 ‘음식을 어떻게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느냐’였다”고 강조했다.
네슬레 교수는 “만일 어떤 음식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머핀을 좋아한다면 맛있는 블루베리와 함께 약간의 설탕을 가미한 정도는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진 기자 jean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