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식품 공포 어디까지 확산되나

中 영세·불량업체 많아 ‘세계식품 파동’진원지로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국내 판매 과자에서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멜라민 분유’가 홍콩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확산될 때도 한국은 멜라민 안전지대로 인식됐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멜라민 분유 사태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중소기업도 아닌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등 2제품과 커피프림을 생산하는 유창에프씨의 ‘베지터블크리머F25’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멜라민 공포가 한국을 덮쳤다. 이 때문에 중국이 만든 식품은 물론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이나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식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 어떤 물질이고 왜 해로운가

멜라민은 화학식 C3H6N6로 트리아미노트리아진으로 불리는 무색 결정성 유기화합물이다. 플라스틱, 염료, 접착제, 합성섬유, 내연제 등의 재료로 사용되는 공업용 화학제품이다. 식기 등을 만드는 데 쓰이면서 고온에서 일부 녹아나나 음식물에서는 문제가 될 정도로 검출되지 않는다. 식품이나 사료에 투입한 멜라민의 독성은 지난 2004년과 2007년 미국에서 애완동물들이 중국산 사료를 먹은 뒤 집단 폐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멜라민을 일정량 이상 함유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멜라민을 분해할 때 생기는 시아누르산에 의해 방광과 신장에 결석이 생긴다. 또 신장 분비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 의식불명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심하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2.중국업자들은 왜 분유에 멜라민을 첨가했나

우유 품질관리 기준인 단백질 함량 측정과정을 살피면 이해가 빠르다. 중국에서는 우유에 물을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유 속의 단백질 함량을 측정한다. 국가 표준으로 지정된 케달의 질소분석법으로 단백질 속의 질소를 측정해 거꾸로 단백질의 양을 유추해 내는 방법이다. 단백질을 제외한 탄수화물이나 지방 등 다른 식품 구성성분은 질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질소분석법은 비교적 정확한 측정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멜리민 구조식에서 보듯 탄소 3개에 질소를 6개나 함유하고 있어 일반 식품에 조금만 첨가해도 질소분석법으로 분석하면 많은 단백질이 함유된 것처럼 보인다. 중국 우유생산업자가 이를 악용한 것이다. 중국의 우유 생산업자들은 당초 질소를 함유한 요소를 대체물질로 사용했으나 요소는 암모니아 냄새로 적발되기 쉬웠고, 간단한 검사방법으로 바로 검출해낼 수 있어 부적합했다.

3.내 아기 분유의 멜라민 유무를 판별할 수 있나

멜라민은 가정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검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분유 제품 캔의 원재료 표시사항을 살피면 중국 저질분유 파문으로 문제가 된 원유나 탈지분유의 원산지가 국산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청 고시에 규정된 제품표시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제품 겉포장에 제품명, 식품의 유형, 업소명과 소재지, 제조연월일, 내용량, 원재료명, 성분명 및 함량, 영양성분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국내 분유 제조업체들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분석기법인 HPLC법과 최신 분석기법인 GC-MS법으로 멜라민 함유 여부를 철저히 검사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산 분유 제품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중국산 분유의 경우 ‘중국산’이 아닌 ‘수입산’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농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한 원산지 표시로 한 나라에서 원료수급이 어려운 경우 예외조항을 두어 국가명을 표시하지 않고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업체들은 이런 조항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원산지 표시를 소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4.한국에서 멜라민 파동이 왜 이제 터졌나

멜라민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 사망이 보고되자 국내서도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검사법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과 수입식품 관리에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세차례 보냈다. 식약청은 공문을 접수한 뒤 사료의 원료인 밀 글루텐 8개 제품을 대상으로 멜라민 함유 여부를 조사해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자 위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멜라민 공포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11일 중국의 2세 미만 영아들이 멜라민 분유를 먹고 사망한 사건이 생긴 이후이다. 이날 정부는 중국산 분유는 국내에 반입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수입 가공식품에 대한 검사는 엿새가 지난 17일에야 시작됐다. 이 조치는 17일에 중국당국이 영유아 수천명이 신장결석을 앓고 있다고 발표하고 22개업체 유제품에서 멜라민 검출 및 멜라민 가공식품 수출을 확인한 다음에 취해졌다.

5.멜라민 분유실태가 드러난 시점 및 중국내 피해규모는

중국에서 멜라민 함유 분유로 인한 피해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6월이다. 간쑤(甘肅)성 성도인 란저우(蘭州)시 인민해방군 제1병원에서 6월28일 이후 영아 16명이 신장결석이나 요도결석 증상으로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입원한 영아들은 모두 같은 상표인 값싼 싼루(三鹿)사 분유를 먹었으며 위생부 조사 결과 ‘멜라민 분유’로 확인됐다.

멜라민 분유로 피해를 당한 중국내 영유아의 공식 통계는 지난 21일 중국 위생부가 밝힌 5만3000명이다. 3만9965명의 영유아가 신장결석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으며 1만2892명은 여전히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 중인 영유아 가운데 104명은 비교적 중증이며 4명은 숨졌다.

6.해외파문은 어디까지인가

홍콩에서 5명의 어린이가 신장결석 증세를 보여 중국산 멜라민 분유로 해외 첫 피해 사례로 확인됐다. 홍콩 기업인 ‘포 시즈(Four Seas)’가 중국산 분유를 원료로 제조한 딸기맛 케이크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싱가포르에서는 중국산 ‘흰토끼’ 사탕에서 멜라민이 검출됐으며 이들 사탕은 홍콩과 뉴질랜드 등으로도 수출됐다. 대만의 한 식품회사는 중국산 유제품을 원료로 쓴 인스턴트커피와 밀크티를 리콜조치했다. 일본의 한 식품회사는 중국산 유제품이 원료로 쓰인 과자 등 2800개 식품을 회수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 당국은 중국의 멜라민 분유 파문이 확산되자 600t이 넘는 중국산 유제품 첨가 식품들을 압수하고 중국산 유제품 함유 식품류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프랑스도 중국산 비스킷 초콜릿 등의 수입을 중단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부룬디, 가봉, 탄자니아 등이 중국산 유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7.이번 사태 이전에 중국산 식품 및 약품이 문제가 된 사례는

2004년 중국 안후이(安徽)성 동부 푸양(阜陽)시 일대에서 ‘독(毒)분유’로 불리는 가짜 분유가 생산, 유통되면서 이를 먹은 유아 5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의 어린이들이 머리 기형, 영양 실조 등의 이상증세로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의 식품관리부 공무원들이 한 시장에서 물품들을 조사하던 중 80㎏분량의 ‘인조 쇠고기’를 적발했다. 이들 쇠고기는 햄, 밀가루, 소량의 쇠고기를 섞어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애견사료로 미국에서 많은 개가 죽거나 병에 걸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올해 초 일본에서는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식품회사가 제조해 일본에 수출한 ‘농약 만두’ 파문으로 들끓었다. 지난 2월 파나마에서는 2006년 중국의 무허가 공장에서 제조된 공업용 글리세린 함유 감기약을 복용한 사람 115명이 사망했다. 이밖에도 동물 내장으로 만든 식용유, 식용으로 둔갑한 사료용 쌀, 포르말린 배추, 공업용 메틸알코올로 제조한 술, 유황 고춧가루, 석회물질로 만든 계란 등 수없이 많은 가짜식품이 등장했고 그때마다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8.중국산 식품파동 왜 이어지나

식품 생산자의 위생수준과 해이한 준법정신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생산자 위생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다. 영세업체가 워낙 많고 유통망마저 복잡해 지도단속 등 감시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농축산 환경, 낙후된 가공 및 유통 시설, 낮은 식품위생 관련 기술 수준도 여기에 일조한다.

하지만 중국산 저질 식품 파동의 근본적인 이유는 식품 원자재의 원가경쟁력 때문으로 보인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원가 경쟁력은 값싼 노동력에 의해 비롯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이제 노동력이 더 이상 중국산 제품의 원가 경쟁력에 힘을 실어주는 데 한계에 이르자 원가경쟁력을 위해 중국의 일부 악덕 업자가 양심을 팔고 있는 것이다.

9.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업 대응 문제점은

식약청은 예방적이고 적극적인 초기대응을 못하고, 사건이 발생한 뒤에 이를 수습하기에 바빴다.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파문이 이미 오래 전에 확산됐고 지난 11일 중국 어린이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해당 분유가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다”며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멜라민 분유를 원료로 한 식품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17일 중국에서 멜라민 함유 분유 수출을 공식발표한 뒤에야 중국산 가공식품을 수거조사했다. 428개 제품을 조사하다 멜라민이 검출되자 이를 다음날 발표하려다 정부 고위층의 지적을 받고 24일 밤에 서둘러 발표했다.

국내업체들도 품질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국내업체들은 분유가 함유된 가공식품에 대해 멜라민 검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문제가 된 분유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소비자 불안을 불식시키려고 했다. 해태제과 역시 “미사랑 제품은 쌀과자로 소량의 분유만 들어있는 데다 멜라민이 검출된 분유를 사용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큰 소리를 쳤으나 불과 1주일도 안돼 상황이 뒤집어졌다.

10. 유통된 과자와 커피크림은 얼마나 건강에 나쁜가

FDA는 멜라민을 평생동안 매일 섭취해도 위해성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량인 ‘내용 1일 섭취량(TDI)’을 630㎍/㎏/day로 설정했다. 체중 20㎏의 어린이가 12.6㎎의 멜라민을 매일 먹으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멜라민이 나온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 제품의 경우 멜라민이 137ppm이 검출됐다. 12개들이 제품 1팩(66g)을 다 먹을 경우 멜라민 9㎎을 섭취하게 된다. 홍콩산 ‘밀크러스크’ 제품에서는 7ppm의 멜라민이 나왔다. ‘베지터블 크림 파우더 F25’에서는 1.5ppm이 검출됐다. 검출량으로 보면 과자를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금지 유해물질이 식품에 함유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고, 신장기능이 나쁜 어린이의 경우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한강우·이진우기자hangang@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