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이덕환] 멜라민 공포와 소비자
식품 안전에 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번에는 멜라민으로 오염된 중국산 저질 분유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중국에서 수만 명의 아이들이 병이 든 모양이다. 목숨을 잃어버린 아이도 있고, 동물원의 사자와 오랑우탄 새끼들도 병들었다고 한다.
멜라민 때문에 신장에 결석이 생기고, 기능이 떨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도 안심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 제조한 과자, 커피 크림, 양식용 사료에서 멜라민 오염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식품 안전성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식품의 가공과정에서 유해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경우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으로 오염된 식품이 그런 예다. 둘째는 합법적으로 넣는 식품첨가제의 양에 관한 논란이다. 첨가제의 인체 독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거나, 우리의 안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져서 문제가 된다. 안타깝지만 이런 논란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번 멜라민 파동은 사정이 다르다. 멜라민이 본래부터 우유에 들어있던 것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우유의 보존성이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넣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질소 함량이 66.5%나 되는 멜라민을 농작물이나 가축에 꼭 필요한 질소를 공급해줄 목적으로 활용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반세기 전의 일이었다. 그나마 토양이나 가축의 체내에서 멜라민의 분해 속도가 워낙 느려서 그런 아이디어는 폐기돼버렸다.
결국 오늘날 멜라민은 낙농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공업용 원료로만 사용된다. 멜라민과 포름알데하이드를 결합시켜서 만든 '멜라민 수지'는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그릇, '호마이카'로 알려졌던 마루판이나 가구용 화장판(化粧板), 종이 타월, 접착제, 페인트, 섬유 가공 등에 널리 사용된다.
그런 멜라민이 분유에 들어간 이유가 정말 황당하다. 우유에 물을 타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던 중국의 고약한 낙농업자가 화학 지식을 엉뚱하게 왜곡해서 활용해버렸다. 중국 정부가 우유의 품질을 검사하는 단백질 간이 분석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간이 분석법은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 대신 질소의 총량을 검사한다. 단백질 이외에 다른 질소 화합물이 들어있지 않은 '진짜' 우유의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질소가 많이 포함된 멜라민을 넣은 우유에 대해서는 그런 검사법이 엉뚱한 결과를 알려준다.
아마도 중국의 낙농업자들은 멜라민이 특별한 맛이나 냄새도 없고, 인체에 대한 독성도 비교적 낮다는 사실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래서 쉽게 들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했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멜라민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결국 분유가 주성분이 아닌 과자나 커피 크림과 식품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멜라민이 포함된 사료를 먹인 가축이나 어류도 사람에게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 미국 FDA가 작년에 발표한 잠정 결론이다.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그렇다고 멜라민으로 오염된 식품을 계속 먹을 수는 없다. 소비자를 의도적으로 속이는 불법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싼 것을 찾는 우리 소비자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이덕환 강대 교수 과학커뮤니케이션
[국민일보-쿠키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