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 확산…"식품 '중국'의 '중'자만 봐도 내려 놓는다"
【서울=뉴시스】
중국발(發) '멜라민 분유' 파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멜라민 파동이 전 식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부 과자 제품에서 검출된 멜라민 성분이 초콜렛, 커피프림에서까지 검출된데 이어 분리대두콩제품에서도 멜라민 성분이 들어있을 것으로 의심되면서 소비자들은 먹거리 전체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29일 오후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는 보건당국이 공개한 멜라민 의심 제품이 모두 수거된 상태였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은 뚝 끊긴 상태였다. 간혹 과자를 고르던 주부들도 원산지 표시를 확인한 뒤 제품을 그냥 내려놓고 발길을 옮겼다.
이를 지켜보던 수입제과업체 영업유통관리 직원 백모씨(37)는 지난 주말부터 이 마트에서 일본 수입과자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평소 행사 때보다 30%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백씨는 "식약청이 공개한 제품을 영업하는 직원들은 거의 죽으려고 한다"면서 "일부 과자류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는데도 과자 전체 매출이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그는 "그 전에도 식품 파동이 있을 때마다 매출이 내려갔지만 시간이 지나면 (판매율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며 "이번에도 파동이 지나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식약청에서 검사해서 알려주지 않는한 멜라민 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자체 검사를 할 수 없다"며 "우리 제품의 경우 해외 본사에서 검사한 결과 다행히 검출되지 않았다는 공문이 왔다"고도 덧붙였다.
원산지 표시가 되어있는 제과코너에서는 단팥빵에 장식용 '참깨'가 아예 판매가 안된다고 했다. 손님들이 몇 개 뿌려진 참깨의 원산지가 '중국'이라고 표시된 것을 보고 바로 내려놓기 때문이다.
제과코너 담당자 임명혜씨(45·여)는 "손님 대부분이 중국산인지 아닌지를 꼭 물어 본다"며 "원산지 확인 후 '중국'자만 보여도 도로 내려 놓는다"며 "나이 많은 할머니들도 원산지를 꼭 확인한다"고 전했다.
그는 "20살 때부터 자판기 커피를 하루 두 세잔씩 마셨는데 걱정이 된다"며 "나도 (멜라민 성분 의심 제품은) 먹기 싫은데 손님들은 오죽 하겠냐"고 판매 급감의 이유를 설명했다.
커피코너도 할인행사가 진행 중이지만 커피를 집어드는 손님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커피크림의 멜라민 함유 우려가 제기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커피믹스 등 커피류 상품군의 매출이 이전주(18~21일)에 비해 1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과자 매출이 전주 대비 17.2% 줄었다고 밝혔다.
주부 차옥렬씨(56·영등포구 당산동)는 이날 오전 동네 미용실에 들렀다가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동네 미용실 주인의 권유에 모두 손사레를 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차씨는 "커피믹스에는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요새 멜라민 때문에 주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사탕 하나를 먹어도 원산지를 꼭 확인한다"며 "요즘엔 내 손으로 만든 된장과 김치, 밥 밖에 안먹는다. 식재료를 살 때도 불안한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산다"고 말했다.
한살 배기 아들을 데리고 장을 보러 나온 김혜경씨(35·영등포구 당산동)도 최근 즐겨마시던 커피를 끊었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 아이가 원래 아토피가 있어서 과자를 잘 먹이지 않지만 유치원에서 먹는 것까지 막을 수 없어 안탑깝다"면서 "무엇을 먹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쥐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 등 잇따라 터지는 식품 파동에도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커지고 있다.
김씨는 "이렇게 언론에서 한바탕 떠들때만 반짝 수거하고, 나중에 또 잠잠해지면 다시 반복될까 우려된다"며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식품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기농 과자만 카트에 옮겨 담은 김모씨(49·영등포구 당산동)도 "식품 관련 문제가 몇번이나 터졌는데도 도대체 정부에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불안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음식이고 그릇이고 안들어간게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장을 보면서 너무 불편하다"며 "문제 식품에 대한 수입을 차단하는 등 하루빨리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연진기자 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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