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식습관 '밥상 유전' 엄마들이 바꾼다



식탁안전 파수꾼 '수수팥떡'

"이~ 약 한번 잡숴~봐! 미국에서 직수입한 만병통치약. 90세 이상은 공짜…."

그 옛날 시골장터 약장수의 허풍 속에 등장하던 만병통치약은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만병을 다스릴 수 있는 공간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공간은 다름 아닌 '밥상'. 올바른 밥상 차림을 통해 가족의 건강을 지키려는 주부들의 모임인 '수수팥떡(asamo.or.kr)'의 회원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수수팥떡'은 지난 2000년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자녀를 둔 주부들의 모임으로 발족한 이후 요즘은 좋은 먹을거리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등 '밥상 건강법'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 2천130여명, 경남 1천920여명, 울산 940여명을 비롯해 총 회원 수가 3만2천여명에 이른다. 친환경 먹을거리와 육아에 관심을 갖고 있는 20~30대 주부가 주를 이룬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수수에 소화가 잘되는 팥을 섞어 만든 수수팥떡은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도 탈이 나지 않게 배려하던 조상의 지혜를 담은 음식. 옛 어머니들의 마음을 배우려는 취지로 모임의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는 설명이다.

기자는 최근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육대학교 앞 주택가에 자리한 '공간 초록'에서 수수팥떡 부산모임의 열성 회원들을 만나 그네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강진희(37) 회장과 이인숙(35), 김시향(29), 임현미(36), 김미숙(34), 김민경(33)씨 등 6명의 주부가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

천영철 기자 cyc@busanilbo.com



·건강 밥상의 중요성부터 먼저 깨닫자

이들은 대다수 주부들이 제대로 된 밥상 차림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부모가 짠 음식을 좋아하거나 육류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등 잘못된 식습관을 고집할 경우 자녀들도 고스란히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는 것. 회장은 아직까지 대다수 가정에서 가장인 아버지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른바 '밥상 유전'은 가족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부적절한 식습관이 장기화되면 가족들이 비슷한 질병에 시달릴 확률도 높아지는 등 밥상에서부터 병이 시작된다는 게 수수팥떡 회원들의 주장이다.

이인숙씨는 "어머니가 바뀌어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몸을 물려줄 수 있다"며 "금세 포기하는 주부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기농 식재료 찾는 시간 아끼지 마라

이날 참가자들은 주부들이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식재료를 찾고 선택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숙씨는 "처음에는 대형 마트를 가더라도 유기농 마크가 있는 제품만을 골라서 구입했으나 일반 제품보다 배 이상 비싼 가격 때문에 가계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회원들끼리 유기농 재료를 싸게 파는 곳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가격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경씨도 "반드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라는 의미는 아니고 가능하다면 저농약 재료를 먹는 게 몸에 좋다는 의미"라며 "다만 유기농 재료로 만든 과자라고 하더라도 성분함량을 꼼꼼하게 보고 자극적인 버터나 설탕 등이 들어간 것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밝혔다.



·식단은 '촌'스러울수록 좋은 것이다

수수팥떡 회원들은 현미와 쌀, 콩, 기장, 조, 찹쌀, 보리 등을 골고루 넣은 잡곡밥을 즐긴다. 토종 된장을 푼 국이나 찌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성장기 아이는 물론 가족들의 면역력 강화에 최고라는 설명이다. 반찬도 육류보다는 부추와 당근, 호박, 감자, 고구마, 양배추 등 채소류 위주로 준비한다. 철 따라 나오는 나물과 두부, 묵, 흰살 생선 등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한다. 요란하게 조리하지도 않는다. 약간의 간만 할 뿐 본래의 맛을 가급적 살린다. 인공 감미료와 방부제,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소금이나 간장도 철저히 배제한다. 다시마, 버섯, 멸치, 새우 등을 갈아 조미료 대신 사용한다.

제철 과일은 껍질까지 먹는다. 한마디로 말해 몸은 도시에 살지만 식생활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산골마을 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임현미씨는 "소박한 밥상 차림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진수성찬"이라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음식을 먹으면 몸속의 노폐물이 배출되고 몸이 균형을 되찾는 등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인스턴트 끊는 일, 식탁 지혜의 시작

김시향씨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출산 전까지 자신이 햄버거 등 인스턴트 음식을 유별나게 좋아했던 탓에 아들이 아토피를 앓게 된 것 같아 적잖이 속앓이했다고 한다. 5개월 전 이 모임을 알게 된 뒤부터 김씨 부부는 인스턴트 음식을 완전히 끊었다.

그는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라면 등을 즐겨 먹었는데 너무 후회스럽다"며 "예비엄마인 모든 미혼 여성들은 모유 수유 등에 대비해 음식을 가려 먹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밥이 보약' 우리 옛 식단 몸에도,환경에도 유익해" - 강진희 수수팥떡 부산 회장

"편리함을 선호하는 잘못된 식습관이 우리 몸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수수팥떡 부산모임을 이끌고 있는 강진희(37) 회장.

네 살과 두 살 딸을 둔 평범한 주부지만 지난 2005년 부산모임 결성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회원들에게 각종 먹을거리와 운동요법 등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밥이 보약이라는 옛말처럼 밥상이 건강해지면 가족들도 자연스레 건강해진다"며 "수수팥떡은 자연에서 얻은 물과 야채 등 천연 먹을거리를 통해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식생활을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을 위한 자연 건강법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주부들이 더욱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햄버거나 과자 등 가공식품을 구입, 가족들에게 먹이기보다는 조금 번거롭지만 주부들이 정성껏 준비한 재료로 직접 떡과 강정, 두유, 팥죽 등을 만들어 보자는 것.

강 회장은 "현재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학교와 보육기관에서 급식재료를 저가 위주로 선정하거나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무척 안타깝다"며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조리법에 기초한 친환경 먹을거리 운동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물론 학교에도 확산되도록 회원들과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이 환경 보호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재료를 고집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면 재배 농가도 증가합니다. 그렇게 되면 농약 과다 사용 등으로 신음하는 자연환경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 부산모임을 지부로 승격시키고 정기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 수를 더욱 늘려 나가는 것은 물론 부산지역 다른 사회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친환경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다 보면 나중에는 비누나 화장품도 직접 만들어 쓰게 되는 등 환경 파수꾼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가족을 위해 정성껏 밥상을 차리는 주부가 늘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철 기자



↓ 추천합니다

수수팥떡 회원들은 비타민C 섭취를 위해 하루에 찻잔으로 두 컵(400㏄)가량의 감잎차를 마시라고 조언했다. 물도 자주 먹으라고 덧붙였다. 또 일반소금 대신 구운 소금이나 죽염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귀띔했다. 또 이 같은 식습관과 병행해 옷을 벗은 채 담요를 덮고 벗는 과정을 반복하는 풍욕,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드나드는 냉온욕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면 인체 면역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