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도 물처럼 순리대로…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불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올라가는 사이에 주변의 산천초목은 깡그리 태워버리고 만다. 물은 아래로 내려간다. 그동안 만물을 먹여살린다. 상선약수란 말은 물의 이런 성질을 나타낸 것이리라.
우리 몸의 소화기관도 도덕경에서 말하는 물과 같은 성질을 가진다. 우리가 입으로 음식을 먹으면 이 음식은 식도를 지나 위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쳐서 마침내 항문으로 배설된다. 이렇게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음식물은 소화돼 온몸의 세포에 영양소를 공급하게 된다. 정상적으로 음식은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화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역류하게 된다. 이런 질환의 대표적인 것이 ‘위식도역류질환’이다. 식도와 위장의 경계부위에는 근육(식도 괄약근)이 존재해 위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식도괄약근의 기능이 약화되면 위의 내용물이 역류해 식도로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때 역류하는 것은 음식물만이 아니다. 위장 속에는 정상적으로 소화를 돕기 위해 염산(위산)이 존재한다. 위장은 점액을 분비해 위산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지만, 식도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위의 음식물과 함께 산이 역류해서 식도로 올라오면 식도에 강한 자극을 주게 된다. 이것이 위식도역류질환이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대개 식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잘 나타나고, 식사 후 눕거나 몸을 구부릴 때 잘 발생한다. 그러나 우유를 마시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또한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위산에 의한 신맛이나 담즙에 의한 쓴맛을 느끼게 된다. 간혹 목구멍이 아픈 증상이나 만성적인 기침을 야기하기도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을 가진 사람은 술과 담배, 커피와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고, 과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비만한 사람은 체중감량도 필요하다. 물론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약물치료는 필수적이다.
몸도 세상도 순리를 거스르면 병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의 몸도 마음도 그리고 세상도 물과 같이 순리대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김준형 내과전문의>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