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한가위 ‘큰 한숨’


대학가는 취업시즌 겹치고…직장인은 여름휴가 막 끝냈는데…

9월이 시작하기 무섭게 성큼 다가온 추석. 여름 못지않은 무더운 날씨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추석은 예년과 다른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명절 음식 장만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 주부는 무더위란 낯선 ‘복병’까지 만났다. 여름휴가, 방학이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추석에 직장인이나 학생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추석이 너무 빨리 다가온 탓에 예년과 다른 추석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무더운 추석 나기, “식중독 조심하세요”=추석을 앞두고 이웃에게 돌릴 송편을 만들었던 주부 박계자(57) 씨는 깜짝 놀랐다. 며칠 안돼 송편에서 벌써 시큼한 냄새가 난 것. 박씨는 “그래도 가을이란 생각에 실온에 음식을 두었더니 금세 상해버렸다”고 속상해했다. 주부 이모(54) 씨 역시 “올해 추석이 이리 더우니 음식 장만할 때도 더위로 고생하겠지만 보관하는 건 더 큰 걱정”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과 교수는 “한낮 기온이 25도를 넘는 등 올해 추석은 여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예년보다 음식 보관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 대부분을 조심해야겠지만, 특히 송편 전 나물 식혜 등에 신경써야 한다”며 “이번 추석 음식은 실온에서 3시간 이상 방치하면 식중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시즌 겹친 대학가, 추석은 남 얘기=개강과 동시에 추석이 찾아오면서 대학가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업준비생에게 올해 추석은 잔인할 따름. 통상 9월 초부터 취업시즌이 시작되지만 올해의 경우 대부분 추석 이후로 미뤄진 상태. 강모(25.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씨는 “추석이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취업시즌이 원망스럽기만 하다”며 “뭔가 시작도 안 한 상태에서 준비도 없이 고향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최모(여.25.서강대 국문학과 4학년) 씨도 “아예 올해 추석은 자기소개서 준비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재학생은 이른 추석이 오히려 즐겁다. 중간고사 기간과 맞물려 있어 걱정을 지울 수 없었던 예년 추석과 달리 올해는 시험 부담도 크게 줄었기 때문. 전북 전주가 고향인 서민수(22.서강대 영문학과 2학년) 씨는 “작년에는 추석이 끝나고 바로 중간고사가 이어졌다”며 “올해는 추석 끝난 후 한 달 뒤 시험을 보는 만큼 추석을 보내는 데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고 얘기했다. 최모(여.20.숙명여대 1학년) 씨도 “개강했지만 아예 추석까지 쇤 뒤 올라오겠다는 결석생이 많아 개강 첫주가 ‘암묵적’ 휴강 상태”라며 “출석 체크도 대부분 안 하니 개강 첫주와 추석까지 계속 연휴로 지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돈줄이 말랐네, 휴가 보낸 직장인 한숨 가득=여름휴가와 바로 이어지는 추석에 직장인은 한숨부터 나오다. 고유가를 헤쳐가며 어렵사리 여름휴가를 만끽했지만 즐거움도 잠시, 뒤이어 찾아온 추석에 또다시 돈 걱정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박모(28.회사원) 씨는 “불경기에 추석 보너스도 줄었으니 돈줄이 마를 대로 말랐다”며 “부모님 용돈 마련, 추석 선물 장만 등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온다”고 털어놨다. 여름휴가로 태국에 갔다 왔다는 최경수(30.회사원) 씨 역시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고 추석 비용을 좀더 모아둘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김상수.황혜진 기자(dlcw@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