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어린이, 과다 체지방으로 간 손상 심각한 수준…간 이식 필요


【트렌턴(미 뉴저지주)=AP/뉴시스】

비만 어린이들이 과다 체지방으로 간 손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는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학 연구보고에 따르면, 미국, 유럽, 호주를 비롯해 몇몇 개발도상국 비만 아이들의 간 상태가 간경변, 간부전 혹은 간암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간재단이 실시한 조사 결과, 5살 이상의 미국 비만 어린이들 가운데 2~5%가 비알콜성지방간질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이 진행될수록 간은 자극을 받고 결국 간경변과 같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더 심해질 경우, 간부전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간 질병은 당뇨병이나 콜레스테롤, 심장 질환 등과 함께 비만 어린이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통 체중의 어린이들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간경변 등의 간질환은 유전적 요인이나 식단, 운동 부족 등에 영향을 받는다. 간 질환은 히스패닉계에서 종종 발생하지만, 흑인들에게서는 잘 발병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아에 비해 남자 아이들에게서 흔히 발병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비만 인구가 3분의2에 달한다며 2020년에는 간질병으로 인한 간 이식 환자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어린이 병원의 필립 로센살 박사는 "현재 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의 환자 가운데 올해 15세인 멕시코계인 어빙 샤피노는 운좋게 1년 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어빙은 간경병 말기 환자로, 81.7㎏이었다.

어빙의 어머니는 어빙이 6살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으며, 8살 때 위확장증에 시달리며 호흡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피자나 햄버거 같은 고지방·고탄수화물 음식을 주로 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후, 어빙은 집으로 돌아와 소다 음료와 패스트푸드 대신 과일과 야채,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곡물 등으로 식단을 바꾸었다.

간이식의 나이 범위가 어린이에게로 확산된 것은 최근 몇년 간의 일이다. 1990년도부터 2002년까지는 총 3명의 어린이만이 간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작년 한 해에만 2명의 어린이가 간이식을 받았다.

존스홉킨스대학 어린이센터 소아소화기 전문가인 안 샤이만 박사는 "간이식이 어린이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고작 2~3년 전"이라며 "이것은 무서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심장 질환과 마찬가지로 간 질환 역시 소리없이 찾아온다. 어린이들은 몇년간은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고 피로감이나 식욕 저하와 같은 초기 증상 역시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에 의해 가려지게 된다.

샌디에고 래디 어린이 병원의 지방간 클리닉 원장 제프리 쉼머 박사는 지방간 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수는 6년 새 3배가 증가했으며 심지어 8세 간경변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간경변 등 심각한 간질환을 앓는 어린이 환자들이 늘어나자 올해 초, 미국 소아과협회는 소아과 의사들에게 2년마다 고혈압과 가족병력 가운데 심장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비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외에도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지에서 간질환을 앓고 있는 비만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이란 등 개발도상국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 이는 세계화 바람에 따라 중국 등지에서도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고 TV나 인터넷, 비디오 게임 등이 유행하는 탓이다.

이탈리아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이 간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수잔 지크프리트의 아들 커티스는 3년 전 진행성 간질환 판정을 받았다. 당시 12세였던 커티스는 81.2㎏ 이었고, 40% 가량의 간이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진단 후 아이의 아버지인 마이크 지크프리트는 모든 가족의 식단을 바꾸고 고지방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했다. 커티스는 TV 앞에 붙어 있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는 대신, 농장 근처의 친척 집에서 허드렛일을 도왔다.

그 결과, 몸무게 9.1㎏ 감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지난 2년 간 키가 10㎝ 큰 것에 비해 몸무게는 3.6㎏밖에 늘지 않았다. 지난 가을 실시한 간 검사 결과 그의 간 상태가 매우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커티스는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 이라며 간 질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에게 식단 조절은 물론, 꾸준히 운동할 것을 권했다.

천정원 인턴기자 jw081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