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 ‘건강 킬러’ 가공식품

슈퍼마켓이 우리를 죽인다 / 낸시 드빌 지음, 이강훈 옮김 / 기린원


세계를 쥐고 흔드는 슈퍼 파워이지만, 미국 국민의 건강 점수는 낙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저체중 출산, 영아 사망, 평균 수명, 사망률 등 16가지 주요 지표에서 미국은 조사 대상 13개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2005년 연구에서는 건강 점수가 세계 37위로 추락했다. 건강 지표를 하나 더 들어보자.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국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북구 유럽사람들보다 겨우 2~7㎝ 정도 크고,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독일 사람들보다 오히려 2~7㎝ 정도 작다. 상대적으로 작아진 대신, 몸집은 비대해져 미국인 3억명 중 68%가 과체중이다.

그 중 일부는 너무 뚱뚱해 비행기도 못타고, 영화관에도 못갈 뿐 더러 침대 밖조차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풍경에 익숙해지다보니 미국인들은 이제 사람을 기중기로 들어 집에서 꺼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게 됐다.

최고 부자 집안의 영양실조라는 아이러니의 주범은 슈퍼마켓, 대형마트를 꽉 채우고 있는 가공식품, 그 속에 뒤범벅돼 들어가있는 인공첨가물이다. 미국 건강 분야 작가이자 참먹을거리 운동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가공식품의 해악을 낱낱히 밝히고, 화학 첨가물에 손을 들어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몸에 나쁜 식품을 만들어내는 기업,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들이 어떻게 협잡해 사람의 건강을 구렁텅이로 쑤셔박는지 보여준다.

최근 몇년간 위험한 먹을거리를 지적하는 책들이 잇따라 나왔기에 펴기도 전에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위해성을 알면서도 실제로는 가공식품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를 생각하면, 책은 여전히 새로운 주장을 뜨겁게 펴는 신간이다. 게다가 이 책은 기존의 책보다 좀 더 섬뜩하다. 가공식품, 인공첨가물의 부작용을 아주 자세하게 적시하며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섬뜩하고 충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는지,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몇일동안 어둔 밤거리를 갈 수 없듯, 아마 몇일간은 가공식품을 쳐다보기도 싫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식생활 전체를 바꾸는 개인 먹을거리 혁명으로 계속되느냐 여부는 개인의 실천 의지에 달려있지만 말이다.

책 속에 나열된 몇몇 구체적인 예들을 보자. 먼저 설탕. 설탕은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정제된 백색 흥분제로 이를 소화시키려면 몸 속에 있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써야 한다. 따라서 당분을 과다 섭취하고, 비타민 B군을 먹지 않으며 혀가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입술 주위에 주름이 생기고 피곤과 위장 장애가 발생하며 몸이 마르고 흰 머리가 나며 만성 우울증에 걸린다. 당분은 히스테리에 가까운 허기도 일으킨다.

시리얼 쪽을 보자. 왜냐면 시리얼의 위험은 우리가 평소 생각지 못한 부분에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곡물을 고온 압축 과정에서 생기는 해악인데, 이때 곡물의 단백질이 신경독소로 변한다고 한다.

인공조미료 MSG는 또 어떤가. 노화는 물론 육체적 스트레스, 감염, 정신적 충격, 두부 손상에 뇌세포 손상까지 가져올 수 있다.

이렇듯 위험한 가공식품의 복합 작용은 스트레스, 육체적 정신적 병과 과체중을 가져오고, 이는 다시 몸에 나쁜 다이어트 식품, 약물 중독으로 이끌며 사람을 악순환의 바퀴로 밀어넣는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