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껍질과 씨에 좋은 성분 듬뿍
포도를 수확하는 여성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농민신문 제공>
음식물을 소화·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이따금 포도당 주사를 놓는다. 우리 몸에서 직접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포도당을 혈관에 투여해 회복을 돕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기본 단위(글루코스)를 왜 포도당(grape sugar)이라고 할까. 사실 대부분 포도당(탄수화물)을 곡물에서 얻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1792년 포도에서 이 성분을 발견한 로비츠(lowitz)가 그런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곡물에서 검출되는 당과 다른 종류라고 믿었다.
포도씨기름 웰빙식품으로 각광
다소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포도를 먹어도 포도당주사를 맞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음식을 씹거나 삼키지 못하는 환자에겐 소용없다는 점이 차이다. 물론 다른 식품도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포도는 주 영양 성분이 포도당과 과당 등 단당류여서 별도의 분해 과정 없이 바로 흡수된다. 포도 농민들은 일하다 힘들면 포도 한 송이씩 따먹는다고 한다. 그러면 곧바로 힘이 솟는다고 한다.
포도상구균(염증 등을 일으키는 세균), 포도막(눈의 혈관층), 포도상육종(악성 종양의 하나) 등 포도는 의학용어에 특히 많이 등장하는데, 아주 옛날부터 서양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그만큼 깊숙이 들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에도 포도는 숱하게 이야기되며, 요한복음에선 예수가 직접 당신을 포도나무에 비유했다. 기원전 6세기 사람으로 알려진 이솝의 우화에도 ‘여우와 포도’를 비롯해 포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아마도 유럽에 포도가 널리 퍼진 시기는 로마 때로 보인다. 프랑스 루와르(loire)와 상파뉴(champagne)에서 독일 모젤란트(moselland)와 라인란트(rhineland)를 지나 몰다비아, 크리미아까지 이어지는 옛날 로마제국의 영토 경계(roman line)는 포도 재배 지역 경계(wine line)와 거의 일치한다. 이처럼 포도는 역사가 오래됐을 뿐 아니라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이다. 용도별로는 와인과 샴페인, 코냑 등 술을 만드는 데 전체 생산량의 80%를 사용한다. 그 다음은 건포도다. 우리처럼 생과일을 먹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 포도 문양이 자주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서역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 선비들은 먹만으로 포도를 그리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자적인 양식을 이루었다. 탱글탱글한 열매알들이 모여 큼지막한 송이를 이루는 포도는 넉넉함과 다산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요즘 같은 포도 재배는 1906년 뚝섬에 원예모범장(園藝模範場), 1908년 수원에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이 설립돼 서양 품종들을 시험 재배한 것이 처음이다.
포도는 피로 해소뿐 아니라 암을 예방하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포도의 보라색 색소는 항산화 작용을 하고 심장혈관의 건강 유지를 도와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특히 껍질에 약리 성분이 몰려 있다. 항암 작용과 암 예방 효과도 껍질, 씨, 열매살 순서로 좋다. 따라서 껍질과 씨를 모두 먹어야 건강에 이롭다.
포도씨 기름도 각광받고 있다. 최고의 기름이라는 올리브 기름은 일반 식용유로 사용하기에 향이 너무 강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점을 보완하는 것이 포도씨 기름이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올리브 기름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면서도 향이 은은해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다. 또 느끼한 맛이 덜하고 산패가 더뎌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충북 영동과 옥천, 경기 가평, 대부도 등에선 해마다 포도축제를 연다. 포도따기, 포도밟기, 와인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윤덕한<농민신문 기자> dkn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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