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 학원 급식안전 '위태'
영어·미술 등 위생점검 사각지대… "권한 없다" 당국은 뒷짐만
지난주 집단식중독 사태 불구 제재 규정 없어
학부모 교육열 힘입어 부산서만 57곳 성업 중




최근 조기교육 열풍 등을 타고 일명 '영어유치원'(유아대상 어학원)과 '미술유치원'(유아대상 미술학원) 등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학원에서 제공하는 급식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학원들은 시설 허가나 위생안전점검을 전혀 받지 않은 채 단체급식을 제공해 아이들이 식중독 등의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지만 관할당국은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과 미술학원 가운데 급식을 하고 있는 곳은 영어학원 41곳, 미술학원 16곳 등 모두 57곳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700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조기 영어·예술 교육 붐을 타고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학원들의 급식시설은 법적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반 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경우 공공교육기관이자 '집단급식소'(1회 식사분량 50인 이상 시)로 신고됐기 때문에 관할 교육청과 일선 지자체로부터 정기적인 위생안전점검과 급식 시설물에 대한 지도점검을 받고 있지만 이들 학원은 그렇지 않다.

이 학원들은 학원법상 교습시설에 대한 허가만 났기 때문에 급식 부분에 대해서는 관할 교육청에서 점검할 권한이 없고, 규모가 20~30명인 경우가 많아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로도 신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 음식점이나 집단 급식소의 경우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영업정지 1개월과 업주 형사처벌 등의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지만 이 학원들이 식중독 등 급식 관련 사고를 일으켰을 때는 행정적으로 전혀 제재할 규정이 없다.

실제 지난 12일 부산 모 미술학원에서 급식을 먹은 10여명의 4~5세 유아들이 복통과 설사 등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학원 원장이 집에서 만들어온 계란말이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 학원을 제재할 방안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또 일부 학원의 경우 영양사나 조리사 등도 없이 학원 관계자들이 협소한 주방시설에서 직접 요리하거나 집 등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급식하는 등 위생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교육청과 일선 지자체는 단지 법령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실태조사는 물론 위생지도조차 외면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학부모 김모(34·여)씨는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그 흔한 위생점검 한 번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라며 "학원 등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부산시민운동본부' 김정숙 상임대표는 "아이들에게 급식을 실시하는 곳에 대해서는 강력한 위생점검을 실시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이나 학원법 등의 개정이 절실하다"며 "법 개정 이전까지는 관할당국의 지속적인 지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헌 기자 edu@busanilbo.com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