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열대야는 괴로워"
밤에는 잠 설치고 낮에는 '비몽사몽'
지각·업무 실수·졸음 등 '후유증'
집중 안돼 커피 마시면 밤에 악순환
에어컨보다 샤워 후 선풍기 효과적
부산 지역에도 열대야 현상이 5일째 계속되면서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받을 만큼의 피로감과 짜증을 호소하는 이른바 '열대야 증후군'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많다. 2일 오전 부산 최저 기온이 25.4도이고, 도심 등 내륙 쪽에는 26~27도 안팎이었다.
직장인 박은영(36·부산 동래구)씨는 요즘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일어나도 일어난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출근한 뒤에도 몇 시간은 거의 '비몽사몽'인 상태인 탓에 오전에는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 정도다.
박씨는 "부족한 잠과 더위 탓에 부쩍 짜증이 심해져 일도 제대로 손에 안 잡힌다"며 "업무시간 중 정신을 차리려 마신 커피 때문에 밤에는 잠을 못 이루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미희(27·부산 부산진구)씨는 "아침 버스에서는 앉아 가면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려는 사람들로 '자리 쟁탈전'이 더 심해졌다"며 "며칠 전에는 빈 자리를 보고 급하게 뛰어오는 여자의 하이힐에 긁혀 피가 나는 바람에 아침부터 모르는 사람과 싸움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천1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8%가 "'열대야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열대야가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응답도 87.9%나 됐다. 응답자들은 열대야가 업무에 미치는 악영향(복수응답 가능)에 대해 집중력 하락(75%), 근무 중 졸음(62.4%), 업무성과 감소(22%), 실수 증가(19.7%), 지각(12.8%), 동료와 트러블(10.4%), 초과근무 증가(9.4%) 등을 꼽았다.
휴가 중인 직장인들도 열대야가 괴롭기는 마찬가지. 휴가를 맞아 경남에 있는 고향집을 찾은 김민상(29·부산 남구)씨는 "푹푹 찌는 시골집에서 잠을 못 이루다 보면 '차라리 에어컨 나오는 회사에서 야근하는 게 나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가족들과 근처 바닷가에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바람을 쐬며 놀다 보면 기분은 한결 낫지만 밤낮이 바뀐 탓에 직장에 돌아가 업무 시간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열대야를 이기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다. 직장인 김가영(35·부산 부산진구)씨의 숙면 비법은 운동과 독서. 김씨는 "시간 내기도 힘들고 저녁에도 더운 탓에 운동하기가 쉽지 않지만 가볍게 걸은 뒤 조금 지루한 책을 읽다 보면 그나마 잠들기가 쉽다"고 말했다. 이재승(28·부산 사상구)씨는 "얼마 전 숙면을 유도한다는 아로마 제품을 구입해 베개 속에 넣고 잔다"고 말했다.
우인영(31·부산 부산진구)씨는 "회사에서도 부장이 아이스크림을 돌리거나 점심 보양식을 제안하는 등 지친 직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또 부서 차원에서 무더운 여름에는 '폭음대회' 같은 강도 높은 회식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열대야 극복 방법으로 충분한 수분과 영양 섭취, 자연 냉방법 등을 권하고 있다. 동아대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에어컨 사용보다는 샤워로 몸의 열기를 식힌 뒤 바람을 쐬거나 환기가 잘 된 환경에서 자연풍에 가까운 선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술은 3잔 이하로 마시고 잦은 보양식보다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ilbo.com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