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많은’ 우리 아이,몸이 허약한 걸까



"15개월 된 딸 아이인데, 땀이 너무 많이 나는거 같아서요. 잘 때도 요가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낮에 뭔가에 열중하는 듯하면 머리가 다 젖어 있어요. 그리 더운 것도 아닌데…. 괜찮은 건가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 검색 코너에 올라와 있는 한 엄마의 걱정섞인 하소연이다.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면 엄마들은 몸이 허(虛)해서라고 생각해 육류 등 칼로리 높은 음식으로 영양을 보충해 준다. 혹은 병원을 가야 하나, 영양제를 먹여볼까 전전긍긍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땀이 많은 데는 다양한 원인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아 자체 판단은 금물이다.

땀이 많아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희의료원 한방내과 정희재 교수는 "단, 체중이 적고 식사량이 적은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는 경우나 밤에 자다가 자주 놀라면서 땀을 많이 흘리고 감기에 잘 걸리는 경우에는 전문의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선천성 심장병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 축농증 등 다른 질병을 갖고 있을 때도 땀을 많이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선 특별한 질병적 원인이 없는데도 땀을 많이 흘릴 경우, 기와 혈이 부족해 체력이 약해졌거나 몸속에 열이 많아서라고 본다. 아이들은 양기(陽氣)가 강해 그 기운으로 성장하는데, 이 양기가 부족하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가벼운 운동에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런 아이들은 피부 표면의 기운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에어컨 같은 인위적 찬바람이 들어오면 바로 감기에 걸리기 쉽다.

체내 장부에 열이 심하게 쌓인 아이들도 땀이 많다. 선천적으로 열이 많은 아이도 있지만 요즘엔 서구화된 음식과 잘못된 식습관 등 후천적 원인에 의해 속열이 높은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이 즐기는 기름진 고기나 과자 사탕 초콜릿 등 단 음식은 몸에 열을 만들고 땀이 나게 한다는 것. 과식과 폭식을 즐기며 음식을 먹고 곧바로 잠드는 생활습관도 소화를 더디게 해 위장의 열을 만들고 땀을 부른다.

속열은 어느 장부에 있느냐에 따라 땀 나는 부위와 시기가 다르다. 먼저 위에 열이 있는 아이들은 대체로 입술이 붉고 입안이 잘 허는 편이다. 입가에 여드름이나 뾰루지도 잘 생긴다. 또 염소똥 같이 동글동글한 변을 보며 냄새가 심하다. 이런 아이들은 주로 손발에 땀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요즘 같은 여름철 습도가 높아지면 특히 심해진다.

심장에 열이 생긴 아이들은 얼굴이 전체적으로 붉고, 혀가 잘 갈라지면서 갈증을 심하게 느낀다. 속이 답답하다거나 헛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보통 이마, 머리에서 땀이 잘 나고 가슴, 등 부위에도 많다. 특히 잠잘 때 땀을 심하게 흘린다. 간에 열이 있다면 얼굴빛이 푸르거나 손톱색이 하얗고 윤기가 없으면서 잘 갈라진다. 자려고 눈만 감아도 땀이 심하게 나며 자는 동안 사타구니 등 하체 부분에 땀을 많이 흘린다. 뒷목에서도 땀이 난다.

아이가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수분 보충을 해 줘야 탈수를 막을 수 있다. 시판 음료수보다는 한번 끓여서 식힌 물이 좋으며 미지근한 물을 준다. 수정과나 식혜 등을 마시게 해도 좋다. 땀에 젖은 옷은 계속 입고 있으면 체온이 내려가 감기에 잘 걸리므로 자주 갈아입힌다. 그렇다고 아예 벗겨놓는 것은 금물. 땀이 말라붙으면서 땀구멍을 막아 땀띠가 생길 수 있다. 먹거리도 신경써야 한다. 청주 함소아한의원 박준홍 원장은 "기운이 없어 땀을 흘리는 아이에게는 기운 보충을 위해 황기 삼계탕이나 부추 계란찜 등을 해 먹이고, 속열이 많아 땀을 흘리는 아이라면 인삼이나 꿀 같은 음식은 피하고 파 마늘 생강 같은 매운 향신료도 적게 먹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