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규제 지키다가 기업허리 휘겠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부의 고강도 식품안전 대책에 식품업체들이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을 유해식품으로부터 격리시키겠다’며 식품안전 종합대책을 세우고 개선안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품 업계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대의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각종 안전 대책이 한꺼번에 쏟아져 기업경영이 위축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부 대책안의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사안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아 ‘시대역행’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지면 오히려 경쟁력 떨어져”
최근 정부가 제시한 식품안전 개선안은 선진국 기준을 넘어선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2년까지 전 식품 생산량 95% 안전식품제조업소인증제(HACCP) 적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현재 적용업소 1.8%(411개소), 식품 생산량 30% 수준인 HACCP적용 대상을 오는 2012년까지 적용업소 20%(4000개소), 식품생산량 95%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적용업소 기준으로 미국 7.4%(2005년)와 일본 4.4%(2008년), 대만 0.9%(2005년)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1200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 앞으로 4년간 4000여개 업소에 30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HACCP를 인증받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는 2012년 HACCP 적용업소 20%를 실현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식품 가운데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비만 신호등 표시제’도 논란거리다.
최근 당정은 지방이나 당·나트륨이 일정 함유량을 넘을 경우 경고 문구와 함께 신호등처럼 고위험군은 ‘빨간색’, 약간 위험은 ‘노란색’, 안전은 ‘녹색’ 등으로 표시해 누구나 손쉽게 식품 안전성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진국에서도 거의 실행하지 않는 ‘신호등 표시’가 실시되면 8조원 안팎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등 기업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가공식품의 열량과 나트륨 함량 등 영양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영양표시 기준이 되는 ‘1회 제공량(1 Serving) 규정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자나 음료수 등에 기재된 용량표시를 보면 1회 제공량 기준량이 100㎖나 30g 등으로 정해져 그 기준에 따라 영양성분을 표시하면 됐다. 그러나 개선안에는 포장 단위 등에 따라 영양성분을 표시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GMO 표시제’ 역시 혼입 기준치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GMO 표시제는 식재료에 비의도적으로 GM 작물이 3% 혼입될 경우 소비자가 알도록 ‘GMO’를 표시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0.9%보다는 약하지만 유럽연합과 달리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5% 미만인 우리나라에서 비의도적 혼입률 3%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기준치 5%다.
■“규제강화는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식품업계는 정부의 식품안전대책이 식품산업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는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대의에 반대하지 않지만 최근 식량자원화가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산업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도 충분한 과학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GMO 표시제’와 ‘비만 신호등 표시제’는 시대역행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화된 안전기준(안)을 적용하기 위해서 대규모 시설투자가 선행돼야하는데 이럴 경우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강화된 안전기준은 생산비 증대로 국내 식품 산업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안전을 구현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인 추진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