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제 법규정 정비해야
본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이 시작됐다. 그와 동시에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보완책으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워낙 급하게 내놓은 시책인지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단지 수백명의 단속 공무원으로 전국 60여만개에 이르는 음식점을 점검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데다가 국거리나 반찬으로 사용되는 쇠고기까지 일일이 원산지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단속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비난 못지 않게 국내에 유통되는 쇠고기의 선택권마저 일반 음식점 주인들에게 넘겨주게 생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생겼다.
이러한 단속의 현실성 못지 않게 우려되는 것은 원산지표시제에 대한 법적 근거의 일관성 부족이다. 원산지 표시제와 관련된 법규정은 식품위생법과 농산물품질관리법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식품위생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농산물품질관리법은 농림수산부 소관이다.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며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농산물품질관리법은 ‘농산물의 적정한 품질관리를 통해 농산물의 상품성을 높이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농업인의 소득증대와 소비자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 목적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원산지표시 의무의 대상 영업자와 표시 대상 품목이 동일하면서도 이를 관리, 단속하는 기관이 이중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속 규정은 옥상옥처럼 식당 영업자들에게도 이중의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법이론 상으로도 일단 원산지표시 의무를 위반하면 식품위생법과 농산물품질관리법 모두를 위반하는 것이 돼 상상적 경합범으로서 중한 죄의 형으로 처벌되기 때문이다. 이는 규제완화차원으로서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는 원산지표시와 관련된 조항을 손질해 국민들로 하여금 법규정에 대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노력은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해서 먼 길을 가야 할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터넷법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