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만 무서운 게 아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물론 광우병 원인인 프라이온을 차단해서 광우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문제 이외에도 육식문화가 가져올 해악은 상당하다.
그 중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대장균 O157이다. 이 대장균은 소의 배설물을 통해 전파된다. 소의 배설물에 오염된 식수를 먹고 마을 전체에 식중독이 퍼졌다는 보고가 캐나다에서 있었다.
또한 소 도축 과정에서 내장 안에 있는 대장균 O157이 살코기 근육 등 다른 부위로 오염되고 이것이 가열이 덜 된 상태로 식탁에 오르면 대장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면역능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양로원이나 유아원 학교 등이 집단 발병 가능성이 높다.
대장균 O157은 1982년 미국 오레곤주와 미시간주에서 일어난 햄버거 집단 식중독 사건을 통해 발견되었다. 당시 환자의 대변에서 이 균이 발견되었으며, 이후 영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었다.
O157 식중독의 임상 증상은 물같은 설사, 피가 섞인 설사, 심한 복통, 용혈성 요독 증후군까지 다양하다. 피가 섞인 설사가 더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출혈성 대장염이 주된 증상이다.
대장균 O157의 위험성
특히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O157 감염 중 가장 위중한 증상으로 감염 환자의 2~7%에서 발생한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나타내는 환자의 5~10%는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동네 햄버거 집에서 생일잔치를 하면서 햄버거를 먹고 대장균 O157에 감염된 후 사망한 어린이의 슬픈 증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이 어린이는 O157에 오염된 쇠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출혈성 장염에 걸리고, 이후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생겨 끝내 사망에 이른 것이다.
쇠고기는 대장균 O157 외에도 살모넬라균에 의한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구역질 구토 복통 두통 관절통을 유발하고 자연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노인이나 신생아에게는 심한 탈수증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식중독이나 감염 이외에도 육식 위주의 음식문화가 주는 장기적인 폐해는 실로 크다. 육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동물성 지방 섭취가 과다해지면서 고지혈증 심장병 뇌졸중 비만 대장암 전립선암의 발생이 증가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증하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은 육식문화와 관련이 깊다. 20~3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이러한 동물성 지방과 연관된 암의 발생률이 서구에 비해 대단히 낮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인해 서구암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육식 위주의 음식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서구에 많았던 암들의 증가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홍콩 대만 등 음식문화와 생활습관이 서구화된 아시아 여러나라에서 공통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대장암의 전구병변(대장암으로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있는 종양)인 대장용종(폴립)의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육식이 초래하는 서구형 암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건강검진을 받는 40대 이상의 성인들의 30% 이상에서 대장용종을 발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는 대장암이 사망원인의 1위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수십년 전 우리는 설날 추석같은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 아주 귀하게 고기를 섭취했다. 하지만 오늘날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고깃집, 햄버거집, 인스턴트 식품점에서 엄청난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육류 섭취로 발생하는 각종 식중독 장염 심혈관질환 암 등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육식문화의 위험성은 광우병 이외에도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