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서] 미래의 일꾼 - 영양사
"식당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작은 CEO죠"
/ 이영하 해운대 이마트 직원식당 영양사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흐트러질 법한 앞치마에는 김치 국물 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다. 축축할 것만 같던 조리장도 예상보다 산뜻하고 각종 조리기구와 개수대, 배식대도 티끌없이 잘 정리돼 있다. 조리장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그녀의 눈길이 제법 예리하고 매섭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식당의 작은 CEO', '식당의 총사령관'으로 불리는 영양사를 만났다. 해운대 이마트 직원 600명의 점심과 저녁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 이영하(26·여)씨가 주인공이다.
간단한 자기 소개
-저는 지난 2004년 상반기 신세계푸드 공채 6기로 입사해 6개월 간의 주니어(인턴) 과정을 마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 현재 부산 해운대 이마트 직원식당을 담당하는 영양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입사 5년차로 부산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냈고, 동부산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흔히 영양사라고 하면 식단을 짜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건 옛말이랍니다. 영양사의 업무가 많이 변해서 요즘은 하나의 사업장을 총괄해서 운영하는 총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양을 고려한 식단을 구성하고, 식단이 고객에게 안전한 음식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위생 전반을 관리합니다.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도록 음식의 맛을 비롯해 친절한 배식, 청결한 분위기 등 서비스 관리도 합니다. 식단에 맞는 원가 관리와 위생사 조리사 등의 인력관리 등을 도맡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한 식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작은 CEO'죠.
하루 일과를 보면, 제 경우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해서 전날 주문한 식자재의 품질, 위생 상태, 수량 등이 이상없는지 체크합니다. 이같은 검수 과정이 끝나면 냉장고와 식자재 창고에 정리를 해 두고, 조리장 전반의 위생상태를 점검합니다. 조리사들이 식단에 맞게 음식을 만드는 동안에는 직접 조리는 하지 않지만 조리 과정 전체를 살피고 컨트롤한 뒤, 중식 배식시간인 낮 12시가 되면 배식을 돕습니다. 오후 2시에 배식이 끝나면 직원들과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내일 사용할 식자재를 발주합니다. 오후 5시 석식 시간까지 또 한번의 조리, 점검 과정을 거치고 오후 7시 배식이 끝나면 마지막 위생점검 후에 퇴근합니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
-학창시절 영양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고3 때 영양사였던 언니의 영향을 받아 식품영양학과에 지원하게 된 것이 시작이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와 보니, 생소한 원소 기호와 화학 공식 등이 등장해 공부가 쉽지 않았고 흥미도 잃어 갔습니다. 그런데 학과 동아리인 '에쎈 클리닉'에서 활동하면서, 전공에 관심이 높아졌어요. 한번은 동래구 보건소에 영양상담을 나갔는데, 당뇨와 고혈압 증세가 있는 할아버지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 건강이 좋아지겠는지 물어 보시더라구요. 배운대로 저염식을 추천해 드렸더니, 그게 뭐냐고 하시며 이해하지 못 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영양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르신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답니다. 2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과 동시에 신세계푸드에 입사했습니다. 지금도 모교인 동부산대학 식품영양학과의 영양 상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답니다.
·영양사에게 필요한 자질
-다른 직업과 달리 음식, 먹을거리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영양사에게는 철저한 위생 의식이 첫 번째 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생(衛生)'이라는 말은 '지킬 위, 목숨 생'이라고 해서 목숨을 지킨다는 뜻입니다.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이라도 먹고 탈이 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목숨과 관련되는 일, 생명과 관련되는 일이라고 여기고 위생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또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영양사는 위생사, 조리사를 포함한 직원들과 식당 전체를 관리해야 하므로 리더십이 있다면 더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양사 자격증 외에 위생사나 조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기도 합니다. 관리자의 위치에서 직원들의 업무를 보다 상세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음식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정보를 실제 현장에 접목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보람과 어려움
-음식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적성에 잘 맞아서 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보람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제가 준비한 음식을 통해 고객과 제대로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나도 만족하고 고객도 만족한다는 생각이 들 때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일 하면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노력에 비해 고객들의 반응이 별로일 때는 힘이 좀 빠지지요. 또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나이 많은 직원들을 관리할 때 어려운 점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지속적으로 지시하고 얘기하는 문제인데도 실질적으로 잘 고쳐지거나 해결되지 않을 때, 제 생각만큼 직원들의 업무가 따라주지 않을 때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김경희기자 edu@busanilbo.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영양사가 되려면?
일단 영양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의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해야 한다. 식영과 출신만 영양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격시험은 총 9개 정규과목의 평균이 60점 이상일 때 통과할 수 있다. 또 음식을 만지는 직업의 특성을 감안해 결핵, 장티푸스, 전염성 피부질환이 있는지 검사받고 아무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는 보건증을 받아야 한다. 영양사로 일하는 동안에는 매년 1회씩 검사를 받아 갱신한다.
자격증과 보건증을 확보한 뒤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체 등으로 취업한다. 아무래도 대기업이 사원복지나 근무여건 등에서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의 경우 임금은 대졸자 초임 연봉을 기준으로 볼 때 평균 수준이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