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즐기다 심장이 억!
바캉스 시즌 복병 심혈관질환
섭씨 22도.습도 70% 날씨
심근경색.뇌졸중 유발 잦아
여행.야외숙박도 부담
생체리듬 유지 규칙 생활을
여름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 ‘휴가’라는 단어만으로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갈 듯하다. 그러나 건강의 복병은 휴가라고 비켜가진 않는다. 휴가 중 폭음과 폭식, 생활리듬의 변화 등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휴가 중이라도 지속적으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특히 30, 40대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전문의들은 여름 휴가철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바캉스 심장병’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여름철 바캉스는 심혈관질환 사각지대
바캉스가 시간에 쫓기는 일상을 뒤로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는 상식에서 보면 심장마비 등 바캉스 심장병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미 심신의학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성관상동맥질환이 휴가철 사망원인 1위이며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 역시 보통 일상생활에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캉스 심장병의 주요 원인은 높은 기온, 과음, 과식, 무리한 운동, 피서길 교통체증 등이 꼽힌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심장혈관센터의 조진만 교수는 “장거리 여행과 낯선 환경, 야외 숙박 등이 바캉스 시즌에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경각심은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피서객의 84%가 과음, 폭식, 무리한 운동을 했다는 미국의 한 연구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더군다나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인 고혈압의 경우 피서객 37%가 관리를 하지 않거나 자신이 고혈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심혈관 질환은 겨울에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름 휴가철의 높은 온도와 습도는 심장에 무리를 주는 요인이 된다. 미 심장학회는 기온 22도 이상, 습도 70% 이상으로 상승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해져 심근경색이나 심장발작, 또는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더위와 습도에 우리 몸의 체온 조절 메커니즘이 적절히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열 방출을 위해 피부로 많은 혈액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혈액을 펌프질해야 하며 심장박동수도 빨라지게 된다. 호흡량도 증가해 증발에 의한 체열 방출을 촉진한다.
더욱이 나이가 들수록 땀 분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증발에 의한 열 방출이 충분하지 않아 심장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다.
또한 폭염에 노출되면 체온조절 중추가 말초혈관으로 가는 혈액량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의 피는 감소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심장이 더 빨리 뛰게 되면서 무리가 오게 된다.
▶휴가 중에도 생체리듬 잘 유지해야 심장 건강
바캉스 심장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음을 삼가야 한다. 한두 잔의 와인은 혈액순환에 좋다고 하지만, 평소 주량을 넘는 음주는 ‘심방세동’이란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과식도 금물이다. 체중이 늘어나면 고혈압 질환 자체의 위험성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심혈관 질환도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평소 꾸준히 식이요법을 하다가도 휴가 중엔 과식하거나 패스트 푸드를 많이 먹게 되는 수가 많은데 특히 유의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는 무리한 운동도 비정상적인 심장박동,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이 오면 심장이 피를 순환시키는 기능이 저하돼 최악의 경우 운동 도중 돌연사할 수도 있다. 운동 중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35세 이전에는 주로 선천성 심혈관 질환이 많은 반면, 35세 이후는 관상동맥 질환이 많다.
장시간 차량이나 비행기로 이동할 때는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4시간 이상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상태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폐혈전’을 일으킬 확률이 2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여행시간이 늘어나면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조진만 교수는 “바캉스 시즌 중 생길 수 있는 심장질환은 무절제하고 일상생활의 리듬을 깨는 행위 때문에 기존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앓았던 사람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심근경색증의 가족력, 과도한 흡연자 등 허혈성 심장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아스피린 복용이 권장되나 평소 소화 장애가 있거나 피가 잘 멎지 않는 사람에게는 해로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즘엔 위 출혈 우려 없이 장에서 용해되는 특수 코팅된 아스피린 프로텍트 제품도 나와 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