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 첫 날…업계 ‘우왕좌왕’
[쿠키 사회] “원산지 표시가 오늘부터인지 몰랐어요. 어떻게 표시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요.(식당주인)”
모든 식당에서 쇠고기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된 1일 서울 삼성동의 한 식당. 함박 스테이크, 소불고기 등을 팔고 있었지만 메뉴판에는 원산지가 전혀 표시돼 있지 않았다.
지난 13일 개정된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에 따라 100㎡ 이하의 소규모 식당도 전부 메뉴판에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들에서 이 규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식당 주인들은 “오늘부터인지 몰랐다”, “메뉴판을 바꾸려면 돈이 많이 들어 어떻게 표시할지 고민 중이다”는 반응이었다.
서울 봉천동의 ‘ㅎ’갈비집은 “현재 메뉴판을 새로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불고기나 비빔밥의 경우 대부분 호주산을 쓰지만 공급 문제로 뉴질랜드산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마다 메뉴판을 바꿔야 하느냐”면서 메뉴판 제작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서초동의 한 식당은 “구청으로부터 원산지 표시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원산지 표시가 복잡해 잘못할 경우 돈이 두세배로 들 것 같아 아직 메뉴판을 고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원산지 표시 대상에 속하지 않았던 소규모 분식점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서울 사당동의 한 분식점은 “오늘부터인지 몰랐다”며 “메뉴판이 작아 새로 써넣을 공간도 없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또 다른 분식점은 “쇠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은 쇠고기 김밥 뿐인데 이런 것도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하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 지역 대부분 식당과 급식소 등에서는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광주 상무지구 먹거리 골목 등 음식점 밀집지역에서 원산지 표시를 새로 한 업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상당수 업소는 요식업협회 교육 등을 통해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춘천시 A초등학교도 점심 급식으로 함박스테이크 등을 내놓았지만 구내식당 메뉴 어디에도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았다. 이 학교 김모(45) 교사는 “원산지 표시를 하라는 공문을 받기는 했지만 첫 날이라 준비를 못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용흥동 G식당은 원산지표시제가 너무 복잡해서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메뉴에서 아예 빼 버렸다. 주인 강모(45)씨는 “한국음식업중앙회 경북지부 관계자들이 원산지표시법을 설명해 주고 갔지만 내용이 너무 복잡해 쇠고기가 들어가는 김밥을 팔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시행되는 곳도 있었다. 서울 삼성동의 ‘ㅅ’ 갈비집은 “손님들이 원산지 표시를 요구해 시행일에 맞춰 새 메뉴판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시 부흥동 하당지구 내 B분식점은 기존 메뉴판에 작은 글씨로 쌀과 김치는 국내산, 쇠고기는 호주산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주인 김모(55)씨는 “원산지 표시의 정확한 방법은 몰랐지만 오늘부터가 시행일이어서 기존 메뉴판의 쇠고기와 쌀, 김치 등의 밑에 작은 글씨로 적었다”고 말했다. 무안군 삼향면 전남도청 구내식당도 점심 메뉴로 쇠고기야채복음이 제공하면서 메뉴판 옆에 손글씨로 국내산이라고 적어 놓았다.
충북 청주시 본가 사장 김종환(48)씨는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비해 그동안 철저히 원산지표시제를 시행해 왔다”면서 “지금은 시행 초기이다보니 다들 잘 지키고 있지만 불황이나 또다른 변수가 발생하면 잘 지켜질지 의구심이 간다”고 말했다.
박성희 대구시 농수산유통담당은 “9월까지는 행정지도와 홍보를 강화한 뒤 10월부터는 처벌위주의 단속을 할 계획”이라며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방법을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나 최대 1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