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적게 먹는 ‘거식증’ 너무 많이 먹는 ‘폭식증’ 혹시 나는?


사례 1:올해 스물하나. 여대 2년생입니다. 키는 172㎝이지만 몸무게는 고작 42㎏밖에 안돼요. 원래 62㎏까지 나갔는데, 주변에서 너무 뚱뚱하다고 놀리는 바람에 오기가 나 하루 한끼만 먹고 버텼어요. 그런데 4개월째 생리가 없고 어지럼증, 전신 무력감 등 영양 결핍 증상들이 나타났어요. 그래도 너무 먹었다는 생각이 들면 입에다 손을 넣고 토하기까지 했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체중이 불어날 것 같아 불안했어요. 지금도 몸무게를 뺀 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꺼번에 20㎏이 빠졌으니 후유증을 감당하기 힘들더라구요.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됐어요.(거식증 환자 김모씨의 하소연)

사례 2:고1 여학생입니다. 원래 조금 통통한 편인데 몸이 아프고 난 뒤 살이 빠졌어요. 근데 주변에서 자꾸 너무 말랐다, 해골 같다고 놀려대 짜증 날 때가 많아요. 이상하게 스트레스 받으면 마구 먹게 되는 거 있죠. 보통 사람보다 몇배는 먹고, 한번 음식에 손을 대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한꺼번에 왕창 먹다보니 복통과 구역질이 날때도 많죠. 매일 체중이 들쭉날쭉해요. 끼니를 걸러보기도 하지만 이게 스트레스가 돼 다시 폭식을 반복합니다.(폭식증에 시달리는 유모양의 하소연)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거식증'과 '폭식증'은 낯익은 단어가 됐다. 마른 체형을 원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이런 식이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외모와 체형에 민감한 10·20대 여성들에게서 식이장애가 크게 늘고 있다.

식이장애는 몸매와 체중에 지나치게 집착해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병이다. 거식증은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음식을 아예 거절하거나 조금만 먹는 증상이다. 예를 들면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 먹거나 항상 칼로리 계산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먹으라고 준 음식을 구석에 감춰두기도 한다.

병명만 보면 식욕이 없다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지만, 식욕은 정상이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병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때론 다른 사람 몰래 게걸스럽게 먹기도 하는 폭식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일부러 토하거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구토제나 설사제, 이뇨제 등을 남용한다.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섭식장애 클리닉 김율리 교수는 "문제는 이들이 정상 체중에 크게 미달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여기며, 아주 심한 경우 거의 사망 직전에 있으면서도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극단적인 경우 정상 체중의 30∼40%까지 감량되는데, 이쯤 되면 신체 건강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필요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를 하다 무월경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 병을 한번쯤 의심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경우 영양결핍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저혈압,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대한소아과학회의 경고다.

식이장애 환자들은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주위 도움을 거부하거나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은 더욱 어려우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충동이나 식욕을 조절하는 약물들을 사용할 수도 있으나 약물만으로는 이런 증상들을 교정할 수 없다. 반드시 인지행동 치료 등 정신치료와 병행해야 한다. 가족들은 환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치료에 동참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하루 3회 식사와 3회 간식을 실천하면서 식사 일기를 쓰고 체중은 1주일에 한번만 잰다. 365mc비만클리닉 김하진 원장은 "특히 폭식증은 자신이 어느 경우에 어떤 음식으로 폭식을 하는지, 폭식 전후 감정 변화는 어떤지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