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식습관 고치면 키가 ‘쑥’
“벌써 가슴이 조금씩 커지는데 그러면 키가 안 크나요?”
12살 여자 아이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묻는다. ‘걱정스럽고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아이는 눈으로 확인해도 가슴 멍울이 보였다. 또래에 비해 빠른 성장이었다. 몸무게도 표준체중에서 9kg정도 더 많이 나갔다. 성조숙증이 의심됐다. 남들보다 일찍 성장이 멈출 가능성이 높았다.
“키 크는 방법을 알려줄게.” 아이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진다.
성조숙증은 남들보다 빨리 사춘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성호르몬 분비가 1년 이상 일찍 시작되는 것인데, 가장 큰 문제는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 성장판이 일찍 닫힌다는 점이다. 당장은 성장이 급진전하지만 3~4년 뒤에는 성장이 멈춘다. 보통 여자 아이들은 초경을 한 후, 5~6cm정도 밖에 자라지 못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비만이나 환경 호르몬의 영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결국, 현재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성조숙증 예방 및 치료의 첫 걸음이다.
“햄버거 좋아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되도록 먹지 못하게 하는데, 매일 조를 때면 안 사줄 수도 없어서요,”
이미 알려진대로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는 비만의 제1주범이다. 전혀 먹지 않을 수 없다면, 노하우가 있다. 햄버거를 먹을 때 얼음이 든 콜라 대신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다. 햄버거의 과도한 지방량도 문제지만 찬물을 마시면 내장 지방을 늘리는 큰 요인이 된다.
“그럼, 아이와 부모가 같은 샴푸를 쓰나요?”
“네, 별달리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어른들이 사용하는 샴푸나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제, 며칠 전 드라이클리닝을 한 옷의 비닐 포장, 플라스틱 반찬통 등에는 환경 호르몬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환경 호르몬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성장기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오염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공기 흡입량이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23배나 많다. 따라서 환경 호르몬에 가능한 덜 노출되도록 집안 환경 등 생활 곳곳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용 샴푸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반찬통 보다는 가능한 유리 그릇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탁 세제나 표백제, 섬유유연제도 아이들이 입는 옷에는 너무 많은 양을 쓰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성장기 여자 아이에게 콩은 오히려 역효과다.”
흔히 콩 식품은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남자 아이에게는 맞지만, 여자 아이에게는 틀리다.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사춘기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 여자 아이들은 성장을 위해 감자와 고구마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박기원 서정한의원 원장]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