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말한다] 편식
싫은 음식 먹어보려 애쓰지만 몸이 받아주지 않아 괴로워요
콩·생선·오이·버섯 등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쁜 식습관··· 허약해지고 공부 집중안돼
아빠는 애꿎은 엄마만 다그쳐 죄송하기만



■ 이태진 양(가명ㆍ초등학교 4학년ㆍ11 세)


경기도 화성에 산다. 아버지는 중소 기업에 다니고, 엄마는 가정 주부. 위로 중학생인 오빠 2 명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콩 종류는 질색이었는데, 갈수록 심해져 가리는 음식이 매우 많다. 몸무게 27 kg, 키는 134 cm로 또래보다 허약한 편이다.



“엄마, 젓갈과 김치 좀 치워 주세요. 토할 것 같아요. 어제 먹었던 소시지 주세요.”

순간, 옆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던 아버지가 버럭 화를 냅니다.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갈수록 심해져? 집에만 있으면서…….”

온 가족이 단란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즐거워야 할 시간이 나 때문에 또 엉망이 됐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모두가 편식하는 습관을 고치지 못해 생기는 일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콩, 파, 마늘, 생선, 오이, 버섯으로 만든 음식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요. 콜라나 사이다도 톡 쏘는 게 싫어 잘 마시지 못합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식성 때문에 식사 시간이 되면 짜증이 나고 심하면 머리까지 아파와요.

아버지는 나의 이런 편식 습관이 어머니에게 책임이 있다며 괜히 애꿎은 어머니만 다그칩니다. 막내인 내게 어려서부터 원하는 것만 먹여 결국은 음식을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편식쟁이’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머니께 죄를 짓는 것 같아 죄송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으려고 할 때 느끼는 고통은 한약을 먹을 때보다 더욱 큽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꼭 집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먹기 싫은 것은 먹지 않거나 대신 다른 걸 먹어도 되지만 학교 급식은 그럴 수 없잖아요.

지난 주 급식 시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비린내 나는 생선이 밑반찬으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하지? 콩밥의 콩은 가려내고 먹을 수 있지만, 생선은 버릴 수도 없고…….’

이런 내 생각을 귀신처럼 간파한 민철이가 한마디 합니다.

“야, 넌 그것도 못 먹냐. 그러니까 얼굴에 핏기가 없지.”

민철이의 말을 듣자 다른 친구들이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우르르 주위로 몰려듭니다. 선생님도 근심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태진아, 어서 먹어. 너도 반찬을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렴.”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더 난처하게 됐고, 할 수 없이 코를 막고 ‘꾸역꾸역’ 그 비린내 나는 생선을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 뒤의 일은 짐작하는 대로입니다.

변기에 먹은 것을 모두 게워내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나에게 화가 났습니다. 한 없이 밉기도 했습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별다른 걱정이 없었습니다. 엄마께서 내가 좋아하는 불고기, 김, 닭고기, 계란 후라이 등을 반찬으로 내놓으셨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4학년이 되자 아버지께서 나의 편식 습관을 고쳐 주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콩밥이나 현미밥을 지을 때라도 내가 먹을 쌀밥은 따로 지었어요. 그런 특혜(?)가 갑자기 없어졌습니다.

반찬도 아예 내가 싫어하는 것이 가득하고, 좋아하는 반찬은 아주 조금만 식탁에 올랐습니다. ‘배가 고프면 아무거나 잘 먹겠지?’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편식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어요.

엄마는 다른 방법을 동원하셨습니다. 생선을 갈아 튀김으로 만들어 줬고, 김치 전에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를 넣기도 했던 것입니다.

“태진아, 튀김에 생선 넣었는데 먹어 보니까 어때? 괜찮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 혼났습니다. 이후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것에는 젓가락이 잘 가지 않게 됐습니다. 오히려 ‘이걸 먹으면 내가 싫어하는 그 맛이 나겠지?’하고 맛이 없을 것이라는 상상만 더 하게 됩니다.

며칠 전, 친구 생일 잔치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피자에 내가 싫어하는 양파랑 피망이 들어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친구 어머니께 말씀 드리고 혼자 자장면을 시켜서 먹었지요. 이런 나를 친구들이 흉을 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요즘 들어 나는 모든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친구들이 무척 부럽습니다. 남들은 맛있게 먹는 음식을 왜 나는 먹지 못하는 것일까요?

음식을 가려 먹어서 그런지 나는 점점 더 허약해지는 것 같아요. 또 영양이 부족해서인지 공부를 할 때도 집중이 잘 안 되고 머리도 아픈 것 같습니다. 체육을 하다 쓰러질지 모를 것 같은 두려움도 있습니다.

이런 나쁜 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 먹기 싫은 음식도 먹어 보려 애쓰지만 몸이 받아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편식하는 나쁜 습관을 고치고, 균형 있는 식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 도움말
음식에 대한 편견 버리고 조금씩 먹다 보면 자신감 생겨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은 어릴 때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입니다. 안 먹었기 때문에 못 먹게 되고, 처음 본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나쁜 습관을 가만히 두면 평생 동안 고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식성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치기가 까다로워집니다.

태진 양의 경우 지금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무척 중요한 때입니다.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편식 습관을 지닌 어린이 대부분이 먹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돼 있습니다. 음식을 못 먹는 건 입에서 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뇌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맛이 없을 거라는 상상, 냄새가 날 거라는 상상을 하지 말고 일단 조금씩이라도 입에 대 보는 것입니다. 토해도 먹다 보면 어느덧 자신감이 생기고, 먹을 수 있게 됩니다.

편식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우유를 곁들여 먹는 것도 좋아요. 만약 야채를 잘 먹지 않는다면 즙을 내서 주스처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또 하나. 아버지께 지금부터 노력할 테니 야단 대신 칭찬과 격려를 해 달라고 말씀드려 보세요. 그러면 지금보다도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고, 식사 시간이 즐거워 질테니까요.

/이원묘(서울시 학교 보건 진흥원 급식 지원과 교육 연수 팀장ㆍ영양 체험관 운영 팀장)






정리=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소년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