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추가협의 했다더니 명문화 합의 못하고 편지형태로 끝내…


한·미 쇠고기협상에 대한 추가 협의 결과만으로 볼 때 '국민건강'을 담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한·미 양측이 수입중단 조치를 협정문에 명문화하지 않고 서한문 형태로 합의한 뒤 서명했다.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핵심 쟁점인 월령(달수로 헤아리는 소의 나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광우병 발생해도 즉각 수입중단 안해=20일 정부가 발표한 한·미 쇠고기 협상 추가협의 내용에는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즉각적인 수입중단' 규정은 빠졌다. 대신 수입중단의 전제조건이 광우병 발생이 아니라 광우병 발생에 따른 국민 건강 위협으로 후퇴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이 즉각적이고 철저한 조사에 나설 것이고 우리(정부)도 즉각적으로 조사단을 보낸다. 이것으로 상당부분 우려가 해소된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면 즉각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역학조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수입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96년 개정돼 현재까지 발효 중인 수입위생조건에는 '광우병은 물론 구제역, 우역 우폐역 등의 질병이 발생하면 한국 정부는 즉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후퇴한 내용이다.

◇수입중단 명문화 없어=수입중단을 명문화하겠다는 말도 애매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수입위생조건 개정 또는 별도의 외교문서를 통해 '광우병 발병시 수입을 중단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모든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및 자유무역협정(WTO)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또한 미국의 쇠고기 위생조건은 내수용과 수출용 모두에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에 수출된 쇠고기가 미국의 위생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한국 검역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를 한·미 쇠고기 협정문에 반영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SRM 미국수준으로 강화되나=정부는 '미국 규정은 내수용이든 수출용이든 간에 미국 규정상에 정의된 SRM은 모든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서 제거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는 슈워브 대표의 서한을 근거로 SRM 기준이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 제품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고시에 따르도록 돼 있다. 이 고시는 SRM 범위를 미국보다 축소한 수입위생조건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쇠고기 협상에서 SRM 범위를 자국내 규정보다 좁혀 놓고 이제 와서 SRM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등 핵심쟁점은 논의도 안해=광우병 감염 위험성이 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와 동물성사료금지 강화조치 등 국민적인 관심사는 아예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에서조차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데다 광우병 잠복기간이 최대 10년 가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적인 관심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