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둔갑 중국산 재첩 90%가 원산지 불명
예부터 '재첩'은 애주가들의 숙취해소에 좋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재첩이 값싼 중국산에 밀리면서 국산 재첩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첩이 그만큼 접하기 어려워지면서 부산과 경남 등 전국에 걸쳐 국산 재첩 국을 맛보기란 쉽지가 않다.
20일 하동군에 따르면 하동지역 특산물인 섬진강 재첩의 경우 수협을 통한 계통판매량이 지난해 연간 17만㎏에 그쳤고, 지난 2006년 24만8000㎏과 2004년 35만2000㎏ 등에 비해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산 재첩의 경우 높은 가격에 따른 일선 식당들은 중국산을 선호하고 있는 한 요인으로 보인다. 중국산 재첩의 경우 30㎏당 1만2000~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국산(하동 섬진강)의 경우 30㎏당 9만~11만원에 판매되는 등 가격차이가 7배 이상 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산 재첩이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식당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관계자는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판매되는 재첩전문식당 중 90%는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중국산을 사용하고도 국산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식당 대부분은 재첩 경우 원산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수산물품질검사원의 지적이다.
현행법상 원산지 표시 위반은 살아있는 재첩을 판매 또는 보관하면서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일 경우 적용되며, 재첩을 조리해 판매할 경우 이 법령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음식점에서 중국산 재첩을 사들여 조리해 국산으로 판매하면 사기죄에 해당하지만 원산지 표시위반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음식점에서 중국산 재첩을 조리해 국산으로 속였다 하더라도 사기죄를 적용받아 적발된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이 수산물품질검사원의 설명이다. 일단 조리를 하면 재첩이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데다 경찰이 조사에 나설 경우, 국산으로 판매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일부 식당에서 중국산 재첩을 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서지만 해당 음식점에서 중국산임을 밝히고 장사하고 있다고 하는 경우 적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 재첩전문 식당들은 실제 중국산 재첩을 사용하고도 손님들에게 국산을 사용한다고 공공연하게 속여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산과 경남지역 상당수 재첩전문 식당에서 중국산 재첩을 사용하면서 재첩국을 먹기 위해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산시 사상구 H식당을 비롯해 김해시 부원동 N식당 등 일부 식당은 중국산 재첩을 사용하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국산임을 속이고 판매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재첩국 뿐 아니라 재첩 엑기스 등도 이처럼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부산과 김해는 물론 국내 재첩국의 원산지인 하동군 섬진강 인근 일부 식당에서도 중국산을 사용하면서도 국산으로 속이고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단속을 나가다보면 분명히 식당에서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재첩을 조리해 판매할 경우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과 경남지역의 일부 재첩전문 식당이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재첩식당에 대해서도 원산지표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횟집의 경우 활어를 수족관에 보관 또는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로 횟감에 대한 원산지표시에 대한 단속은 가능하다. 하지만 쇠고기를 비롯해 재첩과 바지락 등 상당수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식당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편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부산지원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시작돼 일선 식당에 대한 원산지표시 의무화가 여론화되면서 다른 식품에 대한 식당 원산지표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수입 쇠고기에 대한 식당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첩과 바지락 등 기타 수산물에 대한 식당원산지표시 의무화도 조만간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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