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입경로 바뀌어..대책 새로 짜야
올해 우리나라에 상륙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다행히 인체 감염 전례가 없는 계통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과 닭.오리 등 가금류 소비 급감 추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2003년, 2006년과 다른 경로의 철새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정부의 AI 방역 대책에도 근본적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 인체 감염 사례 없어=이번에 김제.정읍.영암.논산.평택에서 검출된 'H5N1'형 바이러스는 유전자 분석 결과 '2.3.2' 계통으로 확인됐다. 같은 'H5N1'형 AI 바이러스라도 유전자 특성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족보'가 갈려있다.
이 계통은 이미 중국, 홍콩, 베트남 등에서 확인돼 이름까지 붙여진 것이므로 새로 발견된 '변종'이 결코 아니다. 또 방역 당국에 따르면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이 그룹에 속한 AI 바이러스는 닭과 오리 등에서만 발견됐을 뿐 사람에게 전염됐다는 보고는 없다.
같은 베트남에서 발견된 3가지 종류 가운데 이 계통과 다른 나머지 두 종류의 경우 인체 감염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문일 수의과학검역원장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 바이러스가 베트남 쪽에서 왔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경향(인체 감염 사례 없는 종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체 감염 가능성은 질병관리본부가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보낸 김제.정읍 바이러스에 대한 분석이 끝나야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현재 CDC는 동물 실험을 준비중이며, 6주 정도 뒤 우리나라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 남쪽서 올라온 철새 통한 유입 추정=그러나 올해 AI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3년, 2006년 발생했던 AI 바이러스와도 다른 종류다. 2003년의 경우 중국 남부지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비슷했고, 2006년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에 널리 퍼졌던 이른바 '칭하이 그룹'에 속한 것이었다.
따라서 방역 당국은 지금까지 북쪽에 머물던 철새들이 겨울철 우리나라에 날아와 AI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11~3월 방역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번 바이러스는 주로 베트남, 홍콩 등에서 확인된 종류인만큼, 우리나라 남쪽으로부터 올라온 철새와 함께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아직 철새의 이동 경로는 모두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겨울 철새가 한국을 거쳐 동남아 지역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3~4월께 우리나라와 일본을 차례로 들러 북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이번 AI 유입과 관계있는 유력한 철새 이동 경로로 거론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달 25일과 이달 5일 각각 일본 아키다현과 홋카이도에서 죽은 백조로부터 발견된 바이러스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바이러스가 같은 종류일 경우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 비교는 다음주께 이뤄질 예정이다.
◇ 연중 상시 방역 체제 전환=이처럼 또 다른 AI 전파 경로가 드러났다는 것은, 철새가 연중 우리나라를 들락거리는 한 AI 역시 사시사철 언제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난달 16일 정부도 지금까지 11월~2월 진행된 오리 혈청검사를 포함한 AI 예찰 시스템을 연중 상시 가동 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잠복기가 긴 오리의 경우 전국 9개 대학과 협력, 현재 전국의 모든 농장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부산 기장에서는 이 일제 조사 과정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계절에 관계없이 철새를 통한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이나 유입된 바이러스 종류가 달라졌다는 것과 'AI 토착화 또는 상시화'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김기석 AI 역학조사위원회 위원장(경북대 교수)는 "바이러스의 상재화(상시화)는 방역에 실패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고, 바이러스 특성 자체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AI가 연중 창궐하고 사람에게까지 옮겨지는 것은 닭과 오리를 놓아 기르며 사람과 수시로 접촉하는데다 신고율이나 방역 수준이 낮기 때문이지, 바이러스 종류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강문일 검역원장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를 두고 토착화를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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