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괴담(怪談), 오프라인 촛불시위 ·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으로
세계96개국이 먹는 미국산 쇠고기...‘명백한 허위사실’ / 과학계 전문가들 ‘근거 없는 과장 많다’ 주장
인터넷 괴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우병을 시작으로 ‘독도 포기’ ‘수돗물 값 폭등’ ‘의료비 급등’ ‘인터넷 종량제’ ‘정도전 예언’ ‘노무현 예언’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사실인 양 힘을 얻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이번 인터넷 괴담 사례는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사회나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확산시키는 디지털 마오이즘(집단주의 운동)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여러 가지 괴담 중 몇 가지 사례만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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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괴담
‘광우병 괴담’이 촛불집회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앞두고 광우병 위험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인터넷 상에서 일사천리로 퍼져나가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광우병 안전성 논란에 대해 방송한 이후 인터넷 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과 ‘광우병’이 이슈로 떠올라 온라인 및 오프라인 모임이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는 시중에 떠도는 온갖 광우병 관련 루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서 국민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과학적 근거없는 괴담” 일축
한편, 청와대와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광우병괴담 10문10답’의 1번으로 화장품을 통한 광우병 감염우려를 “감염사례도 없고 과학적 근거 없는 괴담”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광우병에 관련된 루머를 잠재우려고 했다.
다시말해, ‘소를 이용해 만드는 화장품, 생리대, 기저귀 등 600가지 제품을 사용해도 광우병에 전염 된다’는 주장에 대해 “의약품과 화장품에 사용되는 젤라틴이나 콜라겐은 소가죽 등을 이용해서 생산되는데 여기에는 광우병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이 없다”고 일축하는 답변이 실려 있다.
하지만, 지난 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소의 부산물을 사용한 화장품을 통해 인간광우병(vCJD)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혀 정부와 청와대를 당혹케 하고 있다.
미국 FDA “소 단백질 화장품이 광우병 감염 가능”
FDA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 단백질이 사용된 화장품을 상처 난 피부 등에 사용하면 단백질이 흡수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됐다”며 “결론적으로 소 단백질이 포함된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광우병 감염 위험이 일정부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광우병 유발물질(프리온)에 오염된 화장품이 인간 광우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화장품을 삼키거나 상처 난 피부 조직 등이 직접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FDA는 “화장품으로 인한 광우병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노출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장품 제조과정에서 광우병 위험이 높은 소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세계96개국 먹는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한승수 국무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 96개국의 국민들이 함께 먹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번 협상을 진행했다”고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발표했다.
이번 협상에 의해 앞으로 제한없이 들어오게 될 미국 쇠고기는 이미 96개국이 수입해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반해 미국 농업부의 주간무역동향보고서에는 미국이 쇠고기를 수출한 나라를 확인해본 결과 올 들어 미국 쇠고기를 사간 기록이 단 한 차례라도 있는 나라는 도합 24개국이었다.
총리가 말한 96개국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책홍보자료였다. 현재 정부의 정책포털 사이트(www.korea.kr)에는 “미 쇠고기, 96개 나라가 제한 없이 수입”이란 제목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117개 국가 중 96개 국가들은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제외하고는 연령과 부위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이 수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미국 쇠고기 수출가능국가(117개국)’라는 제목의 표에는 수입 조건별 국가 명단 세 그룹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20개월 이하: 1개국(일본) △30개월 미만: 한국 중국 대만 멕시코 등 총 20개국 △제한조건 없음: EU 국가 등 총 96개국
여기에 열거된 나라들이 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다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총리와 농림부는 정보를 왜곡해 “세계 96개국 국민들이 즐겨 먹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조건 없음’으로 분류된 문제의 96개국 중 실제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를 확인한 결과, 12개국뿐이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의 미국 농업부 연간 무역기록을 대조해본 결과 지난 2년간 미국산 쇠고기를 단 한 번도 수입하지 않은 나라는 20개국에 달했다. 결국 96개국 중 19개 나라는 지난 2년4개월간 미국 쇠고기를 한 번도 수입한 적이 없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정부가 주장한 내용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96개국 국민들이 즐겨 먹고 있다”는 주장역시 거짓임이 입증된 것이다.
EU 국가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고수
또한, 식품안전기준이 가장 까다로운 유럽 선진국들도 아무런 제한조건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먹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사실과는 달랐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부터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소에서 나온 고기의 수입을 금지해왔다. 이에 미국 측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시정 결정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과학계 전문가들 “근거 없는 과장 많다” 주장
‘광우병 괴담’과 관련해 의학계 및 과학계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과장이 많다”면서 과학적 견해를 밝히고 나섰다.
이영순(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 전 식품의약품 안전청장)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동물성 사료를 규제한 뒤 광우병 발생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줄고 있으며 5년 뒤에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전했다. 이어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99.87%는 뇌, 척수, 소장 끝부분 등 특정위험물질(SRM)에 있다”며 “이를 제거한 쇠고기는 안전하다”면서 “인간 광우병은 호흡이나 피부 접촉, 침 등으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장은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논란은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에서 시작됐으나 이 논문은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 아니라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MM형 유전자가 sCJD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며 “유전자 하나로 특정 질병에 약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명희 프로테오믹스 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도 “MM형 유전자가 vCJD에 취약하다는 것은 영국인에 대한 연구 결과일 뿐”이라며 “영국 외에서는 어떤 통계적인 결론을 내릴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통합민주당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수억원의 세금을 쏟아 부으며 국내일간지에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낸 것과 관련해 “참 못난 정부”라고 비난하면서 “신문광고에 쓸 예산이 있다면 한우 축산 농가를 위해 사용하라”며 정부를 질책했다.
◎ 독도포기 괴담
지난 4월18일 권철현 신임 일본대사는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낡은 과제이면서 현안인 독도 · 교과서 문제는 다소 일본 쪽에서 도발하는 경우가 있어도 호주머니에 넣고 드러내지 말자”면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속박당하지도, 작은 것에 천착하지도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인해 일부 네티즌들은 “새 정부가 독도 주권 포기를 선언했다”면서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사진이 제시됐다. 일왕과 악수하며 목례와 함께 상반신을 굽힌 사진은 본 네티즌 사이에서 인터넷 서명이 시작돼 사흘 만에 2만여명이 참가했다.
또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독도가 언제부터 대통령 혼자만의 것이냐”며 “자기 멋대로 하는 MB라지만 우리나라 땅을 왜 넘겨주나” 같은 항의가 이어져 서명자들에겐 독도 포기가 검증된 사실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종량제 괴담
최근 인터넷에 ‘인터넷종량제’에 관련된 ‘괴담’이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종량제란, 인터넷 사용기간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지난 2004년 인터넷 수능방송을 계기로 일부 통신 사업자들이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여론의 반대로 철회된 바 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인터넷종량제가 실시되면 10분간 사이트 4~5 군데만 돌아다녀도 큰 요금이 부과된다”며 “영화 몇 편을 다운받고, 검색 몇 건을 해도 엄청난 요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퍼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종량제 적용 시 이용금액을 측정하는 테스트 프로그램 파일도 유포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종량제에 대한 정부의 공약이나 공식적으로 추진 사항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인터넷종량제’ 추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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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