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우리집은 美쇠고기 반대” 현수막 화제
“우리도 의사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먹거리는 내가 지킨다’는 소박한 각오로 시작한 ‘미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 내걸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과천 용마골 주택가에는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과천역 주변 아파트 단지와 일부 상가에서도 똑같은 현수막을 목격할 수 있다.
현수막 내걸기 운동은 자녀 교육 등을 토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방과후학교의 학부모모임에서 출발했다. 촛불집회 등 광우병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학부모의 뜻을 보여줘야겠다는 의지가 모여”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한 회원에게 도안을 부탁해 현수막을 제작하게 됐다.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윤상복씨(43)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학부모들끼리 모여 관련정보를 습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아이들이 엄마 보다 먼저 인터넷 서명을 하는 등 더 적극적이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민감하다는 얘기다. 윤씨의 아들 노태규군(초등 5학년)은 “학교 급식때 고기를 안먹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현수막 운동을 시작한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녀들의 건강이다. 이화영씨(40)는 “아이들이 즐겨먹는 각종 음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워진다”며 “나랏일로 치부하기엔 이미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지금도 학교 급식을 세심히 감시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에 있는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우리의 뜻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임정진씨(39)는 “수입 결정 과정이 정말 어처구니 없다. 뭘 알고 결정했는지 의문이다”고 일갈했다. 임씨는 “정부가 ‘안심하니 믿으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놓고 문제가 되자 해명하기에만 급급하다. 전체 줄거리가 안맞는 이야기만 늘어놓으니 믿을 수 없다“며 “물론 재협상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협상 과정을 속시원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현수막 달기 운동이 15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소개되자 “멋지다” “나도 현수막을 사고 싶다” “우리 동네도 이 운동을 해야겠다” 등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그림 그대로 출력해 차에 붙이고 다니겠다”고 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꼭 현수막이 아니더라도 그림을 인쇄해 대문에 부착해도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1차로 제작한 현수막 200개는 이날 이미 동이 났고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빗발치자 추가로 500개를 제작중이다.
<고영득 경향닷컴기자 ydko@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