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정부, 촛불집회 막기만 하면 되나?
9일 저녁 촛불집회장에 교사 등 860명 동원 배치, 중고생 막아

2008년 05월 09일 (금) 17:42:41 조현진 기자 joyong520@hanmail.net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확대 문제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협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이 과학적이며 그 기준에 따라 쇠고기 시장개방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중에 떠도는 광우병 위험 소문은 특정 정치세력이 특정정치목적에 따라 조직적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측은 한미FTA 반대세력들의 조직적 저항이다. 라는 일률적 판단에 따라 국민들의 실체적 감성을 다스리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강경한 방침 때문에 민심은 떠나갔고 급기야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두달만에 반토막이 났다. 현 이명박 대통령의 25%대의 지지율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당시 27%대 지지율보다 낮은 것으로서 취임 두 달이 조금 넘은 대통령의 지지율로서는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8일 저녁 끝장토론으로 진행된 MBC 100분토론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나온 진중권 중앙대 교수가 토론 막판 던진 말이 현 정부가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이었음을 깨닫는다면 이번의 쇠고기 파동은 정부에게 매우 쓴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 교수는 이날 "현재 정부가 민심의 본질을 모르고 '광우병 괴담'이나 읖조리고 있는 것이 한심하다. 만약 정부가 쇠고기 수입협상이 끝난 뒤 미국산 쇠고기 반대 목청을 높인 한우사육농가 등과 소비자단체 등에 대해 'WTO체제를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는 OIE 기준 이 외에 다른 과학적 근거를 갖고있지 못하므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수입개방은 정부정책이나 미국산 쇠고기를 사오는 측은 수입업자들이므로 수입업자들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미국 현지 쇠고기 도축장의 검역도 철저히 하겠다. 그래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 오는 것을 철저히 막을 것이며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한우 농가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 쇠고기를 사먹은 소비자들의 소비주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 정도로 사과와 곁들인 대책을 가지고 국민설득에 들어갔어여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무조건 협상이 잘되었다. 잘못한 것 없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고 값싸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이며 미국쇠고기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 중 정부, 대통령, 공무원이 미국 쇠고기 선전에 동원된 이런 전례가 다른나라에 있느냐. 이것을 지금 국민들이 분해하고 반발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한 것이다.

그리고 진 교수 외에도 시민대표 패널로 참석한 송기호 변호사를 포함한 전체 패널들이 하나같이 국민의 세금으로 다른나라 상품(미국산 쇠고기)을 홍보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는 없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한우고기에 대한 홍보를 이처럼 대대적으로 한 일이 있는지를 따지기도 했다.

이 같은 시민대표 패널들의 추궁에 정부대표로 참석한 그 누구도 답변하지 못한 것이 바로 현재 쇠고기 파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이 같은 기조하에서 쇠고기 파동을 수습하려 한다면 수습의 길이 쉽게 열린 것임에도 아직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그 반대로 9일 열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장에 중고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지도만 열을 올리고 있음도 또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9일 저녁 7시부터 열리는 촛불집회에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안전지도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장학사와 교사 8백60명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에 배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서울 시내 각급 학교도 비상대비 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촛불집회 참가 여부는 학생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참여금지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종례시간을 통해 대규모 군중집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 학교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또 "수많은 군중이 모이는 집회에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뜻하지 않은 안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뿐, 참가 저지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방침이 단순히 학생들 안전을 위해 장학사와 교사들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난 6일 있었던 청계광장과 여의도 촛불행사에 대거 참여한 장학사와 교사들은 미리부터 자리를 잡고 있다가 학생들이 나타나면 귀가를 종용했었다. 그리고 전례로 볼 때 오늘의 방침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각급학교에서 학생들의 행사참여에 대해 비상사태에 들어갔다는 것도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도록 귀가지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청과 각급학교가 학생들의 촛불문화제 참여를 저지하는 것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한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 자신들이 매일 먹어야 할 학교급식에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면 교육청과 학교는 학생들의 시위 참여을 막는데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두려움을 진정시켜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즉 '미국산 쇠고기 요리를 급식에 내놓더라도 절대로 안정한 부위만을 사용하겠다'라는 각오와 함께 이를 학생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점 하나만 하더라도 아직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시위군중 수 줄이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지 매우 한심하게 보인다. 다시 한 번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네이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