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불안하지만 제대로 알지못하는 광우병의 진실 ◆이슈 심층분석◆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광우병에 대한 염려가 한국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과장된 광우병 위험` 소문과 `무조건 안전하다`는 해명이 판을 치다보니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발생 원인부터 교훈까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대한 내용들을 자세히 분석해 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 그 이후의 광우병 소동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비틀거리고 있다. 이성적 토론,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접근보다는 근거 없는 괴담과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맹목적 주장으로 사회적 판단 마비가 왔다. 소와 사람의 뇌조직을 파괴하고 급기야 한국 사회의 판단 기능까지 무력화한 `변형 프리온`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 광우병 확률 - 1억분의 1 수준이지만 먹을거리 심리적 불안 커 = 인간광우병 발생 확률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것은 2006년 일본 지속가능경제연구소의 아리지 마사히코 박사가 발표한 `식품의 위해성에 대한 경제학`이다. 아리지 박사는 이 논문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일본에서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48억8400만분의 1이며, 미국산 쇠고기를 통해 감염될 확률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 범위는 계산방식에 따라, 관점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얼마라고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1억분의 1은 훌쩍 넘어간다. 로또 당첨확률 800만분의 1, 고리 원자력발전소 폭발 확률 3650만분의 1보다 훨씬 작다. 물론 관점에 따라선 "10억분의 1 확률도 결코 작은 위험이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감염되는 인간광우병 특성상 거의 모든 국민이 매일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정해관 교수는 "개인의 발생 위험은 미미해도 국가 전체로 따지면 유의미한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민 5000만명이 일정 기간 미국산 쇠고기 또는 이를 재료로 한 음식물에 100번 노출됐다고 했을 때 국민 전체로 따지면 50억번이 된다. 10억분의 1 확률로 가정하면 광우병 환자가 5명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밝혀진 원인 - 육골분을 사료로 먹게되면서 프리온변형 일어나 = 1997년 스탠리 프루시너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가 변형 프리온을 원인체로 지목하면서 광우병 실체가 마침내 드러났다. 그 전에는 바이러스 감염 결과로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믿어 왔다. 프리온은 사람이나 동물 뇌 속에 존재하는 정상 단백질이다. 그런데 이 프리온에 변형이 일어나면 세포를 파괴하고 조직에 스펀지 같은 구멍을 만든다. 변형 프리온은 양에게는 스크래피(scrapie), 소에게는 광우병(BSE), 인간에게는 쿠루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사슴에게는 만성소모성질병(CWD) 등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프리온의 변형은 왜 일어나는 걸까.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프리온 변형 중 가장 먼저 관찰된 것은 양의 스크래피로 100만마리당 1마리꼴로 스크래피가 자연 발생한다"며 "스크래피에 걸린 양의 사체로 만든 육골분을 소에게 사료로 먹이면서 광우병이 시작됐다는 것이 얼마 전까지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뿐만 아니라 소 역시 수백만 분의 1 확률로 자연발생적 프리온 변형이 일어나며 이들 소를 이용한 육골분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초식성 동물인 소가 풀 대신 육골분을 사료로 먹게 되면서 인위적인 프리온 변형이 일어났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정립된 사실이다. 유럽에서 육골분이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고 집단적 광우병이 나타난 것은 1985~1986년이었다. 1988년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이 금지됐지만 1992년께부터 인간에게서 기존 CJD와는 다른 유형의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형 프리온이 종(種) 간 장벽을 뛰어넘어 소에게서 인간에게로 감염된 것이다. 1996년 영국 왕립의학회는 공식적으로 광우병이 인간에 감염된다고 발표했다. ◆ 감염 경로는 - 뚜렷한 과정은 못밝혀…수혈통해 인간끼리 감염 = 지금까지 가장 많은 vCJD 환자가 발생한 영국에서조차 소에게서 인간에게로, 또는 인간에게서 인간에게로 변형 프리온이 옮겨 가는 경로가 뚜렷이 규명된 것이 없다. 성균관대 의대 사회병리학교실 정해관 교수는 "vCJD가 매우 희귀한 질병인 데다 10~40년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특성 때문에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가 근본 원인으로 인정은 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위를 어떤 식으로 섭취해서 vCJD가 발병하는지를 규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뇌, 척수 등 특정위험물질(SRM)에 변형 프리온 중 99.7%가 분포하는 만큼 이들 부위 섭취가 문제가 됐으리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살코기에도 미량의 변형 프리온이 존재하지만 감염 가능성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극미량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간 감염은 주로 수혈 등 의료행위 과정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인간광우병 환자의 뇌척수로 만든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은 어린이와 눈 각막을 이식받은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있다. 또 인간광우병 환자를 치료한 수술 기구에서도 프리온이 검출된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일부 진료과목의 수술장비를 일회용으로 모두 교체했다. 소의 부산물을 사용한 화장품, 콜라겐 등을 통한 감염의 경우 이론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실제 발생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이중복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화장품 등에는 대체로 단백질 함량이 적은 소기름이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실제 이런 경로로 발병한 사례도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유전자 논란 - 환자의 99% MM형이지만 한국인 취약 근거없어 = 프리온 단백질의 유전자형은 MM, MV, VV 등 세 종류로 나뉘는데 지금까지 vCJD 환자는 99% 정도가 MM형으로 나타났다.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인 94%가 MM형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밝혔고 `그렇다면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추론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신희섭 KIST 센터장,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전문위원은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은 광우병에 저항성을 보이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서양인에 비해 더 많다. 특정한 하나의 유전자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더 잘 걸린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반면 우희종 울대 수의학과 교수, 정해관 성균관대 교수 등은 "프리온단백질 이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인 광우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쿠루병 등 환자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MM타입이 MV타입보다 4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 정부 때 김 교수 논문을 근거로 미국과 쇠고기 협상에 임했던 정부가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폄하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 발병 현황은 - 인간 광우병 207명 중 영국사람 166명 가장 많아 = 그렇다면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은 지금까지 얼마나 발생했을까. 또 한국이 쇠고기를 들여오게 될 미국 상황은 어떨까. 현재까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유럽이며 그중에서도 영국이 단연 최고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19만424마리인데 이 중 97%에 이르는 18만4651마리가 영국에서 확인됐다. 이 밖에 현재까지 발견된 광우병 소 숫자는 △아일랜드 1623마리 △포르투갈 1029마리 △프랑스 984마리 △스페인 707마리 △캐나다 14마리 등이다. 아시아에서는 34마리의 광우병 소가 확인된 일본이 선두다. 한ㆍ미 쇠고기 협정 당사자인 미국에서는 총 3마리 광우병 소가 발견됐는데 그중 한 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됐기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이를 캐나다 광우병 소로 분류하고 있다. 광우병 소는 1997년 주요 국가들이 반추동물의 단백질을 반추동물에게 먹이지 못하도록 하는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실시한 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에서 1990년대에 연간 1만여 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견되기도 했으나 지난해에는 67마리만 확인됐다. 인간광우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도 역시 영국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07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확인됐는데 그중 80%인 166명이 영국에서 발견됐다. 미국에서 확인된 인간광우병 환자는 총 3명이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총 117개국이다. 이 중 일본은 `20개월 이하 소의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대만 등은 `30개월 미만 소의 뼈 없는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또 러시아 등 7개국은 `30개월 미만 소의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고 있다. 큰 제한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96개국인데, 한ㆍ미 쇠고기 협정에 따라 한국도 이 분류에 들어가게 됐다.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여러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근본 원인이 `소가 소를 먹는` 반자연적 사육환경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족 고기를 동족에게 먹일 수 없다"는 이유로 육골분 사료 수입을 거부했던 스웨덴은 광우병이 단 한 마리도 발생하지 않았다.이영순 교수는 "동물 사료는 물론 더 많은 젖과 고기를 위해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공장식 사육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 어> 광우병 -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 소에서 발병하는 해면상뇌증(Spongiform Encephalopathy)에 걸리면 미친 소처럼 행동하다가 죽어간다고 해서 광우병이라고도 불린다. 소에서 잠복기는 2~5년 정도며 불안, 보행장애, 전신마비 등 증상을 보이다가 결국 죽게 되는 치명적 질환이다. ■프리온(Prion) =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로 광우병 전염인자인 변형단백질.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을 가진 단백질 입자라는 뜻이다. 동물에 감염되면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신경세포가 죽게 돼 뇌기능을 잃는다. ■광우병위험물질 - SRM (Specified Risk Material ) =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이 많이 들어 있는 부위 7가지. SRM은 뇌, 두개골, 눈, 편도, 혀, 척수, 회장원위부(소장끝 50㎝) 등이다. ■국제수역사무국 - OIE (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 = 가축의 질병ㆍ예방에 대해 연구하고 국제적 위생규칙에 대한 정보를 회원국에 보급해 전염병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1924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단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설립과 동시에 `위생식물 검역조치 적용에 관한 협정(SPS협정)`이 발효되면서 OIE는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으로 공인됐다. 한국은 1953년에 가입했으며 현재 회원국은 172개국이다. [노원명 기자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