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혹시’ 전국이 AI 공포…감기증상 있을땐 즉시 신고해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 광진구에서도 확인되면서 인체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7일 서울 지역 모든 의료기관에 AI 비상 경계령을 내리는 등 사후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국의 부실한 대처 탓에 이미 AI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여긴 시민들은 AI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광진구 보건소에는 AI 감염을 걱정하는 환자들의 검진·상담 문의가 쇄도했다. 건국대 ‘오리 포획’ 작전 서울 광진구청 방역 직원과 소방대원 등이 7일 오후 건국대 캠퍼스내 일감호에서 보트를 타고 나가 야생 오리 포획을 시도하고 있다. 광진구는 일감호 야생 오리가 전날 확인된 AI의 감염 경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모두 잡아 살처분키로 했다.|김정근기자 ◇ 비상 경계령 =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고열·기침·인후통 등 조금이라도 AI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견되면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해 줄 것을 서울 지역 모든 의료기관에 통보했다. 특히 고열 환자 중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지인 광진구청내 동물사육장에서 기르던 닭과 꿩은 물론 인근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하는 각종 조류 등과 접촉한 환자도 각별히 주의해 증상을 관찰하고 AI가 의심되면 신속하게 보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서울 전역에 경계령을 내린 것은 AI가 이미 통제 가능 범위를 벗어나 확산됐을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상황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너도나도 보건소로 = 광진구 보건소 민원실에 설치한 ‘AI 의심환자 상담 창구’에는 이날 주민들의 상담·진료 문의가 이어졌다. 고열과 감기 증상 등을 호소하며 전화 신고를 접수한 주민이 30여명에 달했고 10여명은 직접 보건소를 찾아왔다. 안상진씨(62·여)는 “어린이날 어린이대공원에 데려갔던 8살 외손녀가 아침부터 구토하면서 배가 아프다고 해 혹시나 AI가 아닐까 싶어 보건소에 왔다”고 말했다. 안씨는 “고열 증세가 없어 AI는 아니다”라는 보건소 검진 소견을 듣고서야 안도하며 돌아갔다. 광진구는 이날 검진·상담을 받은 주민 모두 일반 감기 환자이고 ‘AI 의심환자’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현희 보건소장은 “현재까지 혈청검사를 한 주민도 없다”고 전했다. 구는 향후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은 주민이 AI 환자로 의심될 경우 혈청검사를 실시해 감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광진구청 종합상황실에도 AI 관련 민원전화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병아리를 만졌는데 괜찮느냐” “집 앞에 까치가 있어 무서우니 치워달라”는 등 ‘불안 민원’이 대다수였다. ◇ AI행동 지침 무시 = 광진구는 전날 밤 긴급 임시 반상회를 개최해 주민 1만3917명을 상대로 ‘AI 발생에 따른 조치 및 대책’ 안내문 15만부를 배포했다. 구는 또 이날 오전부터는 구 전역에서 추가 방역에 나서는 등 AI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광진구는 그러나 지난 3일 죽은 닭에 대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AI 감염 여부를 의뢰해 놓고도 농림수산식품부가 마련한 ‘조류 인플루엔자 긴급 행동지침’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광진구가 작성한 ‘AI 의심축 발생 관련 상황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일요일인 지난 4일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는 긴급 행동지침에 규정된 상부 기관 신고 의무도 이틀이나 지난 5일 오후 1시에야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일부터 실시해야 할 축사 및 주변 소독, 외부인 출입제한 조치 역시 5일 오후 2시10분부터 실시했다. 이에 대해 광진구는 “토요일에 의뢰는 했지만 설마 AI일 줄 상상이나 했겠냐”며 “5일 농수산부로부터 통보를 받고 상황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김기범·심혜리기자>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