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M 제거하면 생으로 먹어도 괜찮다?
[청문회 말말말] “과천정부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꼬리곰탕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청문회가 7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여야간 격론 속에 진행됐다. 이날 청문회에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검역주권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과 여당의 일부 의원들은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내준 ‘굴욕 협상’이라고 비판했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정운천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입을 맞춘 듯이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쇠고기 청문회에서 벌어진 논란을 주요 발언들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OIE 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정운천 장관

정운천 장관을 비롯한 농수산식품부 관료들은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 그리고 OIE(국제수역사무국)에 대한 열렬한 신뢰를 보였다. 정운천 장관은 협상 내용을 보고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관한 한미 고위급 협상은 국제적인 기준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고, 광우병 위험성 판단 기준에 대해서도 “OIE의 위험 통제 국가 기준이 안전한지 보고를 받았으며,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를 통해 원칙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 장관은 왜 미국의 기준에 맞춰 판단하냐는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의 추궁에 “OIE의 기준은 미국의 기준이 아니라 국제적 기준”이라며 “우리나라도 70% 이상을 수입·수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것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 우물 안에만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있으면 나 좀 주시죠.”

이날 청문회의 ‘스타’는 단연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었다. 조 의원은 정부여당을 향해 강하게 성토하고 꾸짖는 발언으로 시선을 모았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까지 차지했다.
조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말을 인용해 정운천 장관을 향해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있냐”며 “그런 게 있으면 나 좀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이 분명하게 답변을 하지 못 하자 조 의원은 이래서야 되겠냐는 듯 “이 자리가 끝나면 증인들은 모두 사표를 내라”고 질타했다.

정운천 장관은 농림부 장관이 아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주도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운천 장관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몇몇 의원들은 “정운천 장관은 농림부 장관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이번 쇠고기 협상을 한미 FTA 비준의 준비 단계로 이해하고 있는데, 농민 입장에 선다면 반대 입장을 가지고 했어야 하는게 아니냐”며 “당신은 농림부 장관이지 지식경제부 장관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조경태 통합민주당 의원도 “인사 검증 때부터 농림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며 “장관의 행태를 보면 외교통상부 쪽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위험물질 수입 범위에 대해 정 장관을 추궁하던 도중 위원장이 “강 의원, 대답할 시간을 주세요”라며 끼어들자 “질의자가 알아서 할 거다. 장관을 검증하고 있는 거다. 중요한 협상 책임자로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정 장관을 겨냥했다.


▲ '광우병' 논란 파동을 몰고 온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과 관련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 청문회'가 열린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왼쪽)과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이 도표를 보여주며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은 안 맞췄습니다.”

청문회가 열린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마치 입을 맞춘 듯이 “광우병 위험이 발생할 경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정운천 장관도 이날 청문회에서 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통합민주당 의원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며 “입을 맞춘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운천 장관이 “입을 맞추진 않았다”고 답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부여당은 광우병 위험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고 위생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협상 내용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죄를 취할 수 있다. 협상 대표였던 민동석 차관보도 “수입중단 등의 조치가 협상 내용엔 들어있지 않다”고 인정했다.

정세균 의원은 “사실상 협상 결과를 뒤집는 발언을 대통령이나 여당 대표가 공공연히 하는 것이 온당하냐”며 “이번 쇠고기 협상은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이다. 국정이나 통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내가 천불이 나요, 천불이 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증인들이 답변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려 한다”며 한 말. 대표적인 농촌 출신 의원인 강기갑 의원은 이날 청문회 내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나는 앞으로 광우병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일 광우병이 발생하면 책임지고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운천 장관의 말에 강기갑 의원은 “광우병이 없을 거라고 믿는 건 장관 생각이고, 미국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합의를 못 받아내지 않냐”며 “재협상을 해서 위생조건에 명문화해 안전장치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또 ‘국제적 기준’과 ‘OIE’ 기준에 대한 농림부의 절대적인 신뢰에 대해 “우리가 얼마든지 OIE 기준을 번복할 수 있다”며 “30개월 이하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했으니, 20개월 미만으로 관철시켰어야 했다. 일본도 갈비뼈를 포함했지만 20개월 미만을 관철시켰다. 이렇게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OIE 기준을 번복시킬 수 있는 것을 검역주권이라고 하는 거다. 이런 걸 협상 자리에서 당당히 주장했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탤런트 장관도 있잖아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 청소년들이 참석한 것과 일부 탤런트들이 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부화뇌동”, “철없는 행동”이라며 비판한 것에 반박해 한광원 통합민주당 의원이 쏘아붙인 말. 한광원 의원은 “왜 탤런트를 갖고 그러냐”며 “이 정부에도 탤런트 장관이 있지 않나. 그러면 그 장관도 문제냐”고 지적했다.

“장관이나 30개월 이상 쇠고기 드세요.”

한광원 의원과 정운천 장관이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공방을 벌이다 정 장관이 “250만명의 미국 교포들 중에 한 분이라도 광우병 환자가 나왔으면 증거가 되는데, 아직 없지 않느냐”고 말하자 통합민주당의 조경태 의원이 끼어들었다.
“그럼 장관은 30개월 된 쇠고기 먹어요. 내가 빚을 내서라도 사줄 테니까.” 이에 대한 정운천 장관의 답변. “예. 많이 먹겠습니다.” 또 이 자리에서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생으로 먹어도 거의 안전하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과천정부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꼬리곰탕을”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정운천 장관에게 “정책 책임자들이 미국 쇠고기를 안 먹으면서 국민들에게 먹으라고 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 장관에게 “과천정부청사 등에 공개적으로 미국산으로 만든 꼬리곰탕 같은 음식을 올릴 용의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PD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