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난 시대! 쌀을 먹자] <2> 쌀가공식품 ‘국민속으로’ 2008-04-27 16:48:12 #회사원 김보은씨(29·여·서울 홍익동)는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에 있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무교점에 자주 들른다. 직장 동료들이 다른 곳에 가자고 해도 이곳만을 고집한다. 무교점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이곳에서 파는 딸기편을 먹기 위해서다. 김씨는 “커피 전문점에서 떡을 팔아 신기해서 맛을 본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팬이 됐다”면서 “딸기편에 커피를 곁들이는 것도 의외로 괜찮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봉천동 당곡초등학교의 급식시간. 아이들은 익숙지 않은 새 메뉴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바로 꿀떡이었다. 아이들은 작은 탁구공만한 떡을 한 입에 삼키고는 모자란 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 사람당 배당된 떡은 단 2개. 그 이상 먹으면 하루에 먹어야 하는 칼로리가 초과되기 때문에 더 먹을 수는 없었다. “빵보다 훨씬 맛있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떡 등 쌀 가공식품이 ‘뒷골목’에서 벗어나 ‘큰길’로 나오고 있다. 애국심에 호소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 쌀, 우리 떡을 먹읍시다’라는 전단지를 나눠주던 이전의 방식이 아니다. 외식업의 사업 아이템이 되는 등 소비자에게 부담없이 다가가는 방법으로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빵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몇 년 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웰빙 바람에 정책 효과까지…‘떡의 부활’ 방앗간에나 가야 먹을 수 있던 떡이 ‘환골탈태’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웰빙 열풍 덕분이다. 떡의 주 원료인 쌀은 빵과 비교해 칼로리는 낮지만 영양소는 많다. 비타민 B1, B2, 비타민E, 니아신 등 인체에 중요한 여러 가지 비타민이 들어 있다. 쌀만 먹는다면 비타민을 따로 사먹지 않아도 될 정도다. 특히 비만이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변비, 대장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쌀로 만든 음식을 급식메뉴로 올리는 학교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 당곡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반찬이나 후식으로 쌀 가공식품을 먹은 날은 85일 중 9일에 이르렀다. 한 달에 2번 이상 쌀 가공식품을 먹은 셈이다. 떡케이크나 떡국, 쌀찐빵, 쌀수제비국, 꿀떡, 떡찜, 떡볶음 등이 주 메뉴였다. 대한영양사협회 관계자는 “급식메뉴는 각 학교별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통계를 알 순 없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월 평균 1회 이상 떡류를 식단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쌀 소비를 촉진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큰 힘이 됐다. 정부는 쌀 가공식품의 대중화를 위해 쌀국수, 쌀빵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주최하는 떡만들기 경연대회나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이 주도하는 쌀요리경연대회를 적극 후원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상에서다. 딸기편을 파는 스타벅스 매장도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떡의 세계화를 모색하던 경기도와 친한국적인 이미지를 갖고 싶은 스타벅스가 손을 잡고 추진한 산물이다. 딸기편이나 쑥편처럼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떡을 만들기 위해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도움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처음에는 무교점, 소공동점, 광화문점 등 3곳에서만 떡을 팔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수도권 50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진화하는 쌀 가공식품 떡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맛을 첨가하고 모양만 예쁘게 바꾸는 게 아니다. ‘유전자’까지 바꿀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이 떡의 최대 약점이던 저장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기술이다. 떡은 생산되면 1∼3일 이내에 굳어진다. 냉장고에 보관해도 맛이나 질감, 향 등이 크게 변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이제껏 떡이 상업화·수출화되지 못한 이유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떡을 6개월간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포장기술을 내놓았다. 포장을 뜯지만 않는다면 오랜 시간 지나도 맛에는 변함이 없다. 신화케이크떡, 달호박케이크떡, 생딸기케이크떡, 총명케이크떡, 흑미영양케이크떡, 깨찰케이크떡 등 종류도 여러가지다. 연구소 관계자는 “떡을 오래 저장할 수 있게 되면 판매유통업체들의 재고 부담이 줄어든다”면서 “이는 결국 떡 시장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은 퓨전 쌀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은 쌀과 멕시코의 토티아를 접목한 요리, 쌀을 이용한 팬케이크, 떡사탕, 쌀가루로 만든 만두 등 여러 가지 아이템을 놓고 실험 중이다. 연구원 양향자 원장은 “밀가루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 필요하다”면서 “젊은이들이 즐기는 ‘빼빼로데이’처럼 특별한 날에 즐길 수 있는 퓨전 쌀요리를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가 이뤄지는 분야는 음식 자체만이 아니다. 판매방식에서도 진화가 진행 중이다. 떡카페가 대표적인 사례다. 떡을 작고 예쁜 크기로 만들어 팔거나 차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떡카페 ‘질시루’는 백설기에 야채샐러드를 넣은 떡샌드위치, 각종 떡이 담긴 떡 도시락 등을 선보이고 있다. 떡 프랜차이즈인 ‘떡보의 하루’는 생일 축하용 떡케이크, 커피와 함께 즐기는 떡 등을 팔고 있다. 삼겹살을 상추 대신 떡에 싸먹는 음식을 내놓은 ‘떡쌈시대’에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떡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지난 몇 년간 떡 납품이 계속 늘어 왔다”면서 “이는 현대인이 좋아할 만한 제품만 개발된다면 떡이 김치를 잇는 한국 대표 음식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star@fnnews.com김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