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食파라치’ 비상령… 제품 하자 빌미 “언론제보” 협박 거액요구


“당신 회사 제품을 먹던 중 압정을 발견했다.” 25일 A업체 상담실에 한 소비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소비자는 “1억원을 달라”며 “안 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요구했다. 회사는 거절했고 이 소비자는 다시 전화를 걸어 “그럼 2000만원을 달라”고 말했다. 계속 거절 당하자 이 사람은 요구 금액을 500만원, 300만원으로 낮췄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24일 B업체 상담실에도 30대 안팎으로 보이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 “음료수 캔 속에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 있다”며 대표이사와 통화를 요구했다. 회사 관계자가 정중히 사과하자 “방송국에 제보하겠다”고 했다. 회사 측은 이물질 확인 결과 신용카드를 구겨서 캔 속에 넣은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동료가 장난을 친 것”이라며 “고발하지 말아 달라”고 사과했다.

식음료 업체들이 식(食)파라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식파라치란 식품과 파파라치의 합성어다. 불량식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사람을 찾아낸 후 신고해 보상금을 타내는 사람을 말한다.

동원F&B는 26일 “참치 캔에서 칼날이 발견된 사건 이후 소비자 불만 신고 건수가 일평균 30건에서 80∼90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다수는 이물질과 관련해 정식으로 문의하고 항의하지만 식파라치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먼저 “대기업이 이래도 되느냐”고 질타를 한 뒤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다음 은근히 돈을 요구한다.

최근 이물질 파동을 겪은 업체들 상황은 더 심하다. C업체 관계자는 “식파라치로 의심되는 분들이 예전에는 50만∼100만원을 요구했다면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는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요구한다”고 말했다.

D업체는 식파라치와 법정 소송까지 진행한 경우다. 이 업체에 전화를 건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를 먹고 온 가족이 배탈이 났다”며 “내 연봉이 수억원에 이르니 회사 측이 일 못한 시간을 배상해야 한다”며 1억원을 요구했다. 이 같은 협박은 한동안 계속됐고, D업체는 이 사람을 법정에 고발했다.

업계에서는 식파라치에게 제공되는 보상금이 제품 원가 상승 부분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이물질 유입에 정당하게 항의하는 소비자까지 식파라치 취급을 받는 부작용도 일으킨다. 회사원 홍희정(31·서울 신정동)씨는 “친구가 라면에서 구더기가 나온 것을 제조업체에 항의하자 식파라치 취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차윤경 기자 ros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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