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집단소송제 "올것이 왔다"
예상보다 높은 수위에 업계 긴장…“도매금 매도는 억울”
25일 보건복지부가 식품안전과 소비자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불량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식품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나타내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농심(179,000원 0 0.0%)과 동원F&B(36,600원 400 -1.1%)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 큰 파장을 일으킨 데다 이명박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식품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미 이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가 예상보다 높은 수위라는 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식품안전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집단소송제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승소하면 판결 효력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나머지 피해자 모두에게 미치는 집단구제제도로 국내에서도 이미 도입을 놓고 기업들의 반발로 상당한 논란을 빚어왔다.
법과 제도의 정비가 우선돼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실제 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영환경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미국 등의 사례에서도 볼 때 집단소송제에 대한 배상금액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억원에 달해 실제 소송에서 패할 경우 웬만한 기업 하나가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하라는 판결이 나올 경우 사회적인 혼란이 올 수 있는데다 영세업자의 경우 피해보상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태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2004년 7월 도입된 제조물책임법(PL)도 국회에서 논란 끝에 ‘제한적 피해보상제’로 결론이 난 바 있다”며 “특히 식품의 경우 원인규명부터 피해결과까지 정확히 조사, 판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는 또 정부가 소비자 권익을 세워주는 건 좋지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의도적으로 보상을 노리고 접근하는 이른바 ‘식파라치’, ‘블랙컨슈머’ 등이 활성화돼 가뜩이나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큰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을 노린 악의적인 소송 남발에 대한 근원적인 방지책도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식품안전강화 대책과 관련해서도 업계는 소비자가 업체에 불만을 신고하면 그 즉시 내용을 관할 행정기관에 보고하게 될 경우 이물질에 대한 조사, 확인 여부없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과없이 공표돼 기업 활동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자금 지원이 선행되지 않으면 중소 식품업체의 경우 도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과실로 업계 전체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건 문제”라며 “일방적으로 정부가 발표할 게 아니라 업계와 진지한 협의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