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 생활습관 개선이 ‘藥’
폭식엔 식욕 억제제ㆍ육식비만엔 지방흡수 억제제 일정기간 약 쓴후 운동ㆍ식이요법 치료 강화해야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는 물론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사망률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렇지만 살을 빼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최근 몇 년 새 비만치료제가 비만 치료 영역 중 하나로 완전히 자리를 굳힌 것도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자는 풍조가 빚은 현상이다. 비만치료제는 잘만 쓰면 효과적인 체중 감량 방법이 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막연히 약만 먹으면 살을 뺄 수 있다는 편견을 갖거나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비만치료제 작용기전 알면 진료 상담에 도움
꼭 필요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건강상 문제가 될 정도라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약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치료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크게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지방흡수억제제, 포만감항진제로 나뉜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생성을 촉진해 식욕 자체를 감소시킨다.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성분이 든 퓨링(드림파마), 아디펙스(광동제약) 등이 있다.
지방흡수억제제는 지방을 체내로 흡수하는 소화효소인 리파아제의 기능을 억제해 섭취한 지방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올리스타트 성분으로 제니칼(로슈)이 유일한 제품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앞다퉈 제니칼의 복제약(제네릭)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만감항진제는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체내 재흡수를 억제해 결과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며,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에너지 소모도 늘린다. 리덕틸(한국애보트)이 대표적이며 아직 이 제품의 성분인 염산시부트라민 물질 특허 기간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국내에선 메실산시부트라민을 이용한 슬리머(한미약품), 말산시부트라민을 이용한 실크라민(종근당) 등 개량신약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비만치료제가 내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환자 본인이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비만치료는 기본적으로 의사와 면밀한 상담을 통해 환자의 출퇴근 시간, 식사 시간과 식사량, 운동량 등 생활 패턴과 습관을 파악해 이뤄지는 맞춤형 치료다. 이는 비만치료제를 통한 치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체질적으로 기초대사량이 부족해 살이 쪘다면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약이 적합하다. 폭식 습관 때문에 살이 찐 사람은 식욕을 억제하는 약을 먹는 게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육식을 즐기는 사람은 지방흡수억제제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작용 주의해야, 생활 습관 안 고치면 ‘말짱 도루묵’
문제는 모든 약이 그렇듯이 비만치료제도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성분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내성이 강하고 거식증, 중독현상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런 성분을 더 이상 비만 치료에 쓰지 않는다. 올리스타트 성분의 지방흡수억제제는 지방변, 설사, 변실금 증상이 올 수 있다.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시부트라민 제제는 두통, 구강건조 증세가 나타나고 불면증이나 성욕 감소 증상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보다 더 심각한 환자에게만 단기간 처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만 때문에 고혈압이나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베타차단제는 체중을 증가시키고 신진대사율을 10% 이하로 떨어뜨린다.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 중에서도 체중을 증가시키는 약이 있다. 더욱 면밀한 상담과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감기 등 다른 질환 때문에 복용중인 약이 있을 때는 한동안 비만치료제는 중단하는 게 좋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요요현상이 빠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정제연 대한비만체형학회 부회장(메디월드 비만클리닉 원장)은 “10명의 환자 중 3명은 감량한 체중을 잘 유지하지만 또 다른 3명은 요요현상 때문에 3,4년 만에 다시 병원을 찾는다. 나머지 3,4명은 여러 문제로 체중 감량이 잘 안돼 수시로 병원을 오간다”고 전하고 “약으로 원 체중 10% 정도 감량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강화해 체중을 계속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약만으로 살을 뺀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생활 습관을 고치는 계기와 동기부여가 되도록 약을 쓰는 것인데 스스로 생활습관을 고칠 의지가 없다면 전혀 소용이 없다”고 충고했다.
<도움말:김하진 365mc 비만클리닉 원장, 정제연 대한비만체형학회 부회장>
<참고: 김영사 ‘내 몸 다이어트 설명서’>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