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물질 사고’ 왜 자꾸 터지나


지난 1월 유업체 A사는 소비자로부터 ‘시중에서 구입한 분유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신고와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증거로 받았다. 이 회사는 소비자에게 500만원을 주고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B사도 자사가 생산하는 과자에서 쇳조각이 나왔다는 소비자 민원을 받고 같은 제품 10박스와 300만원을 줘 무마했다.

C사는 최근 과자에서 비닐이 나왔다는 소비자 민원을 받고 민원인과 접촉, 무마에 나서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시끄러워지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인규명보다는 불만사항이나 피해를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먹거리 제품에서 이물질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으나 사태확산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관련 업체들의 음성적 대응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심 새우깡 사태도 사건을 덮어 감추는 데 급급한 원시적인 태도가 사태악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심은 원인규명은 미룬 채 라면과 새우깡 3박스를 위로품 등으로 주고 사건을 덮으려 했다.

■증거만 없애려는 안일한 대처가 화 키워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사례는 그동안에도 끊이질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식품 이물질 상담건수는 지난 2006년 1023건에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대기업뿐만 아니라 식품업체의 경우 80%가 영세업자여서 위생관리 뿐만 아니라 해결 자체에도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접수된 가공식품 안전위생 고발상담은 1980건에 달했고 이중 이물질이 1071건(54.09%)이었다. 이물질로는 벌레와 곰팡이, 쇳조각, 머리카락, 플라스틱, 비닐 등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관련 불만의 경우 대부분 소비자와 음성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불만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농심 새우깡 사태의 경우 증거만 없애던 관행이 곪아 터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물질 발견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물질이 발견된 경우 원인규명이나 재발방지책 마련보다는 일단 증거만 없애고 보자는 업체들의 안일한 대처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이물질 관련 신고가 접수됐을 때 대부분의 업체는 우선 증거 인멸에 관심을 둔다”며 “그런 뒤 ‘그럴리가 없다’, ‘유통과정에서 취급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라는 등 책임 떼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질타했다.

■사태 확산 전 자발적 리콜 활성화돼야

제조업체들이 증거인멸에만 급급한 것은 느슨한 법체계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물질이 발견되더라도 이로 인해 신체손상을 입지 않은 경우에는 교환이나 환불만으로 보상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무마에 나선 뒤 사태해결에 실패해 문제가 확산되더라도 법적으로는 제조업체의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제조물책임법 관련 소송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거액의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은 사태 확산 전에 자발적인 리콜에 나서고 있다.

이해각 소비자원 식의약 안전팀장은 “미국 등의 경우 제조물책임법 소송이 활발해 기업들이 패소하면 배상금액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리콜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이 제대로 모르거나 소송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물질 관련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것은 업체들이 물품교환 등 소극적으로만 대응하기 때문”이라며 “이물질 안전 문제와 제품 회수 등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식품당국에 보고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윤정남 고은경 기자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