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친환경 "내가 바로 웰빙 주부"
■ 도심 속 몸소실천 3인 노하우
천 기저귀·생리대 직접 만들고
환경수칙 가족들이 지키도록
유기농, 건강·가정경제 도움
'웰빙' '유기농'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가장 환영을 받는 곳은 아마도 할인점의 진열대가 아닐까. 깐깐한 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비결은 '친환경' '유기농'만한 게 없단다.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친환경'의 삶이란 조금 비싼 농산물을 사 먹는 것일까. 과연 그러할까.
친환경요? 그냥 생활인데요.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노은희(부산 북구 학장동)씨. "도시에서 친환경적으로 사는 이들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그녀는 대뜸 "근데 왜 저를 찾아오셨어요?" 한다. "저는 환경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나 신념이 있는 운동가도 아니고 그냥 주부인데요."
일단 아이 키우는 이야기나 해 달라고 했다. 이야기 속에서 그녀만의 친환경적인 노하우들이 나온다. 두 아이 모두 모유를 고집했고 천 기저귀로 키웠다. 퇴근 후 남편이 함께 기저귀 빨래를 하며 그녀의 실천을 도왔다. 새 옷은 화학약품을 씻어내기 위해 빨래를 꼭 한 후 입혔고 제철 과일, 채소를 고집했다. 유기농 농산물이라고 해도 가능하면 인근 산지를 선택해 조금이라도 신선도를 더 지키려 했다.
설겆이를 할 때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뜨게질한 아크릴사 수세미를 이용한다. 아크릴사가 흡착력이 높아 세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단다.
천 기저귀로 키웠던 두 딸들은 이제 엄마가 만든 천 생리대만을 이용하고 있다. 초경을 시작했을 때 천 생리대를 만들어 선물을 했더니 딸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오히려 '찜찜'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몸이 아프면 약을 먹지 않고 자연 요법으로 병을 다스린다. 감기에 걸렸을 때 배즙이나 생강차를 꾸준히 복용하면 어느새 감기가 뚝 떨어진단다.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게 생활인데 무슨 불편이냐"며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사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몇 번 잔소리했더니 아이들이 실천해요!
여성단체에서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미애씨.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뭔가 특별한 실천들을 기대하고 찾아갔다. 친환경적인 삶의 예들을 이야기해달라니 대답이 너무 뻔하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난방기기 사용을 줄이고 쓰지 않는 전기 플러그는 모두 뽑아두기, 세제 사용하지 않기, 순면 제품 사용하기, 물 아껴쓰기, 장바구니 사용 생활화 하기, 유기농 제철 음식 먹기….
"대답이 식상하고 뻔한 것 아니냐"고 푸념하니 "말한 것의 반만이라도 실천하면 훌륭하다. 앞으로 수천 번 더 읊어도 되는 내용들이다"고 반박한다. 지겨워도 계속 읊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딸을 보면 느낀단다.
태어나서부터 자연스럽게 엄마의 실천들을 접하다보니 이젠 딸이 자신보다 더 철저하게 이들 환경 수칙들을 생활 속에서 지키고 있다.
일전에 강씨의 사무실로 놀러 온 딸이 잠깐 자리를 비운 동료들의 컴퓨터와 프린트기 전원을 모조리 끄는 바람에 난감했을 정도로 딸의 실천력은 대단하다. "컴퓨터나 TV에 매달려 있기보다 자연 속에서 한껏 뛰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도시 태생 딸이 자신의 작은 실천의 소득이 아닌가 싶다"고 강씨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강씨는 최근 부산여성환경센터 설립 준비로 분주하다. 생활 속 친환경의 실천들을 제대로 전파하는 일을 하겠단다.
유기농 먹거리는 생명입니다!
20년째 유기농 먹거리만을 고집하고 있는 김혜경씨. 시작은 단순했다. 1987년 부산YWCA 직원으로 근무하며 그 당시 Y가 시작하는 '저농약 농산물 직거래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유기농 먹거리를 신청했단다.
그리고 직원 교육과 현장 방문을 통해 '유기농만이 살길'이라는 걸 차츰 느끼게 됐다. 사실 그 어떤 교육보다도 자신의 몸을 통해 유기농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생한 증거를 체득했단다. 어린 시절부터 허약한 아이로 낙인(?) 찍혔고 밥 먹기 싫어 도망다니던 버릇은 어른이 돼서도 여전했단다. 감기는 달고 살았고 영양 실조로 입원하는 민망한 일도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유기농 먹거리로 바꾼 후에는 병원을 거의 안 간다.
물론 유기농 먹거리에 사로잡히게 된 좀 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이 불치병으로 투병할 때 그녀의 정성이 들어간 유기농 먹거리들은 그녀 남편이 병과 좀 더 오래 싸우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유기농 먹거리는 곧 생명처럼 느껴지고 있다.
김씨는 식자재를 비롯해 장류와 조미료까지 모두 유기농 재료와 자연식품을 사용한다. 유기농 과일과 야채가 나오지 않는 시기에는 아예 그것들을 먹지 않는단다. 자연이 주는 시간에 맞춰 먹는 것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천연 양념만을 고집하다 보면 재료 자체의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는 탁월한 효과도 있다.
유기농 재료를 구입하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요즘 사람들이 많이 먹어서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소식하면 건강에도 좋고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ilbo.com
<친환경 생활법 따라하기>
·유기농 식재료, 천연 조미료 먹기
·세제 대신 아크릴 수세미 사용하기
·천 생리대, 천 기저귀 사용하기
·유리 반찬통 사용하기
·살충제 사용하지 않기
·가죽이나 패브릭 소파 대신 나무 의자 사용하기
·TV와 컴퓨터 사용 줄이기 ·장바구니 생활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