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어디에도 없다


본지 윤정현 기자 高물가시대‘1만원 쇼핑’체험기

사과3개 5980원…너무 비싸 방울토마토 한팩만 구입

1만원으론 고작 파.콩나물.풋고추 등 야채 소량만


살인적인 고물가 시대다. 1000원짜리 몇장 들고 장을 보러 나서던 시대는 끝났다. 그칠 줄 모르고 치솟는 살인적인 고물가 때문이다. 그럼 1만원을 손에 쥐고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은 과연 몇개나 될까.


본 기자는 고물가 현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6일 퇴근길에 서울 용산역에 위치한 도심형 대형마트 이마트 용산점에 찾았다. 장바구니를 직접 손에 들고 식품 및 생활용품 매장을 돌아보니 매스컴에서 살인적인 고물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금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청과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상큼한 사과와 봄냄새가 물씬 풍기는 딸기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다. 그러나 차마 과일을 집어들 수가 없었다. 사과 3개가 5980원, 딸기 500g 한 팩은 5480원으로 평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결국 방울토마토 500g짜리 한 팩(2980원)을 택하고 눈을 야채코너로 돌려야 했다. 그곳에선 파와 콩나물, 풋고추와 방울토마토 등 4개 품목을 집어들자 금세 쇼핑 비용으로 생각했던 1만원이 바닥을 드러냈다.


1만원으로 시작한 장보기는 불과 20분도 안돼 막을 내린 것이다. 장바구니는 너무 가벼웠고, 장바구니 속은 온통 풀밭(?)이었다. 구입한 물건이 너무 적어 지갑에서 1만원을 더 꺼냈다.


생선 한 마리라도 구워볼 심산에서 발길을 수산코너로 옮겼다. 하지만 손질한 고등어(구이용) 한 마리가 4800원, 갈치는 1만원을 웃돌았다. 생삼치 한 마리에 3280원이라는 생선코너 판매사원의 큰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하지만 곰곰히 예산을 따져보니 생삼치도 구입할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생선코너를 박차고 밀가루와 라면, 스낵 등을 판매하는 가공식품 매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가공식품 코너에 도착한 기자는 우선 김치만 있으면 간편하게 김치전을 부쳐 먹을 수 있는 부침가루(1280원)와 국수(2340원)를 집었다.


CJ제일제당에서 만든 밀가루는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마트 PL상품 밀가루를 선택했다. 밀가루 코너에선 중년의 주부가 모 업체의 제품을 손에 들고 가격과 용량 등을 꼼꼼히 따져보더니 옆 코너로 훌쩍 자리를 옮기는 모습도 목격됐다.


실제 한 제조업체의 부침가루는 지난해 11월 이후 1600원에서 2030원으로 가격이 26.9%나 뛰어오르는 등 가격 변화가 컸기 때문이다. 기자는 밀가루코너를 지나 생식품 매장에서 지난 1월에만 5% 이상 가격이 인상됐다는 두부와 달걀을 샀다.


㎏에 5280원인 감자와 한 봉지에 2680원하는 당근, 2개에 2380원을 받는 백오이도 그냥 구경만 해야 했다. 쇼핑자금 2만원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주스를 구입하기 위해 이마트를 찾았다는 대학생 김철호(25) 씨는 “편의점에 갔다가 아이스크림콘을 하나 사고 1000원을 냈는데 200원을 더 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어떻게 아이스크림 하나가 7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르는 데 6개월밖에 안 걸리느냐”는 말로 고물가 사태를 걱정했다.


‘3만원이면 좀 넉넉하겠지’란 생각에 예산을 다시 지갑에서 1만원을 더 꺼냈다. 라면이 떨어졌다는 생각에 발길을 라면코너로 돌렸다. 라면상자는 천장까지 솟아있고 수십종의 브랜드 라면이 진열됐지만 맛과 가격 등을 비교하며 제품을 고르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평소 즐겨 먹던 농심 ‘신라면’의 가격이 비싸져 괜히 손해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신라면 5개가 든 한 봉지는 3000원, ‘너구리’는 3200원짜리 가격표가 붙였다. 결국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2480원짜리 오뚜기 ‘진라면’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겠다는 생각에 햄(3400원)과 간식거리인 ‘새우깡’(640원)과 ‘포카칩’(1560원) 그리고 아침으로 대신할 저지방우유(2740원) 등도 쇼핑했다. 어느새 계산서는 3만원을 압박했다. 그러나 예산이 초과된 탓에 평소 먹고싶던 초코파이, 와플 등은 쇼핑을 포기했다. 결국 3만원을 투입한 이날 고물가 체험에선 노란색 장바구니가 절반도 차지 않은 채 1시간 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