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100원인상에 민심 출렁 왜


63년 첫 출시때 10원

당시 서민애환서린 식사

2000년대엔 500원으로

1인당 年84봉지 소비

올 750원으로 다시 껑충


“라면만 먹고 달렸다.”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육상스타로 화려하게 떠오른 임춘애는 전 국민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질주보다 감동적인 이 소감은 허기진 배를 라면으로 채웠던 시절의 가난한 상징이었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언제나 혼자서 끓여 먹었던 라면.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등장한 아이돌스타의 노래에서도 라면은 여전히 자장면보다 더 서민적인 음식이었다.


라면값 100원 인상에 민심이 출렁이는 이유다. 라면 가격은 오랜 세월동안 한 끼를 때우는 ‘최저 끼니 비용’의 기준이었다.


1983년 중공 민항기의 서울 착륙이나 94년 김일성 사망설 때는 전쟁에 대비해 비상식량용 라면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당시만큼 긴박하진 않지만 서민들에게 100원의 가격 인상이 죄어오는 심리적인 압박은 그에 못지않다.


라면이 한국에 뿌리를 내린 지도 45년째. 라면은 어려웠던 시절의 가난과 배고픔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양은냄비의 질감과 메케한 구공탄, 석유 풍로의 냄새와 함께 아릿한 추억과 애환이 녹아 있기도 하다.


집을 떠난 자취생과 고시생들에게는 간편한 조리와 싼 가격 때문에 매 끼니가 라면이었다. 라면과 국수를 함께 넣어 끓이면 꼬불꼬불한 라면만 건져 먹기 위해 형제들과 경쟁했다. 군대에서 반합에 끓여 먹던 라면은 힘든 군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다.


오늘까지 부대찌개와 김치찌개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은 라면의 면이고, 외국에 나가서도 매콤한 고추장과 함께 떠오르는 것은 얼큰한 라면 국물이다. 진한 맛의 스프에 물과 김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훌륭하게 한 끼가 완성되는 것이 라면의 매력이다.


식량난이나 먹을거리 걱정이 해소된 2000년대 들어서도 라면의 인기가 변함없이 지속된 비결이다. 한국에서 1인당 1년에 소비하는 라면은 평균 84개, 4인 가족 기준으로 340개에 이른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라면의 소비량으로 국내 경기의 기조도 파악할 수 있다. 라면의 출하와 소비 추이를 국민소득과 같은 지표와 비교하는 일종의 ‘라면 지수’인 셈이다. IMF 당시 모든 경제지표가 아래쪽을 향할 때 유독 성장세를 보인 것이 라면이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생활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품 카테고리의 한 종류인 만큼 경기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이다. 이 정도니 라면 가격 15% 인상이 서민가계에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63년 9월 삼양식품이 라면을 처음 출시할 때 가격은 100g 1봉지에 10원이었다. 70년 7년 만에 배인 20원으로 올랐지만 용량도 120g으로 늘어 그나마 위안이 됐다. 그러나 81년 100원으로 올라선 라면 가격은 가파른 상승을 거듭했다. 2000년대 들어 500원대로 진입했고, 2003년 520원에서 550원으로, 2004년 600원으로, 지난해 650원에 이어 올 2월 750원에 이르렀다. 라면은 60~70년대 보릿고개를 넘는 다리였고, 오늘은 간편하게 소비되는 ‘제2의 쌀’로 꼽힌다. 이제는 먹을거리가 흔치 않았던 시절 눈물을 삼키며 주린 배를 채우던 가슴 아픈 음식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든든한 야식이고, 친근한 간식이다.


갈수록 가격 인상 주기는 짧아지고, 그 인상 폭은 커지고 있는 라면이 서민을 울린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