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애그플레이션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노동자 1만여명이 거리로 뛰쳐 나와 시위를 벌였다. 국제 콩 가격이 급등하자 식품회사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 식품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콩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150%나 올랐다.
지난해 1월에는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중심가인 레포르마 거리에서 7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멕시코인들의 주식인 토티야 가격이 배가량 폭등했기 때문. 토티야는 옥수수로 만든 전병(煎餠)으로 멕시코인들은 하루 단백질 섭취량의 40%를 여기서 얻는다. 1부셀(25.4㎏)당 2달러이던 국제 옥수수 가격이 1년 만에 4달러 이상으로 오르자 서민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으로 식료품 물가가 치솟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중·후진국들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이번 곡물 파동의 원인은 가뭄 같은 자연재해 탓이 아니라 투기 자본 또는 국가 간 이해타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냉혹함을 더한다.
단적인 예가 앞서의 멕시코 옥수수 가격 폭등. 멕시코는 기원전 5천년부터 옥수수 재배가 이뤄진 이 작물의 원산지다.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된 후 값싼 미국산 옥수수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 나라의 옥수수 경작면적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최근 바이오 연료 소비 정책을 펴면서 미국산 옥수수 대부분이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바람에 결국 멕시코의 옥수수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8%로 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농산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대비 35.8%나 올랐다. 식료품 때문에 시위나 폭동을 일으켰다는 뉴스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lee62@busanilbo.com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