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치솟는 농산물 값… 애그플레이션 '경고등'
김밥·피자서 붕어빵까지 '도미노'

지난해 연말부터 들썩이기 시작한 농산물 값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밀과 쌀 등 곡물가격 뿐만 아니라 감자, 배추, 시금치, 부추 등 채소 값도 한 달 사이 부쩍 뛰었다. 농산물값 상승이 외식물가는 물론 각종 서민 생활필수품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김밥, 과자, 피자, 심지어 붕어빵 가격까지 덩달아 뛰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가 무거워지고 있다.

·현실화 되는 '애그플레이션'

연초에 농산물발 인플레이션을 일컫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언급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들갑 쯤으로 치부됐었다. 시간이 지나면 물가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18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 부산울산지사에 따르면 지난 주말(15일) 기준으로 쌀(20㎏)의 도매가격은 3만9천800원으로 지난달의 3만9천360원보다 6.2% 상승했고, 감자(20㎏)는 3만1천200원으로 지난달보다 무려 24.0% 올랐다.

또 시금치(4㎏)는 지난달보다 24.3% 증가한 8천400원에 팔리고 있으며 상추(4㎏)는 1.7% 상승한 8천원을 기록했다. 당근(20㎏)의 경우 2만1천600원으로 지난달보다 14.4% 올랐으며 풋고추(10㎏)도 지난달보다 4.9% 상승했다. 특히 부추(1㎏)는 4천760원으로 1개월 전보다 18.9% 증가했다.

지난해 2배 가량 뛰었던 국제 밀과 콩 값은 올 들어서도 10% 이상 오르는 등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와 옥수수 값은 세계적 작황부진으로 연말까지 지금보다 각각 30%, 15%가량 더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소매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 부산의 농산물 대표 시장인 부전시장에서 시금치 한 단은 2천~2천500원에 팔리는데 지난달에 비해 평균 300원 정도 올랐다. 또 풋고추는 1㎏에 1만1천~1만2천원 선에서 판매돼 지난달보다 약 30% 올랐으며 당근, 부추도 각각 1천원, 500원이 올랐다.

대형마트도 물가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1통에 1천980원에 팔던 배추를 불과 한 달만에 2천280원으로 300원 더 올렸다. 고공행진을 벌이던 계란(30알)값도 한 달 만에 다시 100원이 올라 4천45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천850원하던 것에 비하면 무려 600원이나 오른 것이다.

·직격탄 맞은 장바구니 물가

농산물값 급등은 곧바로 식음료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높아진 식재료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전시장 일대 식당들은 이달 초부터 일제히 음식 값을 올렸다. 실제로 부전시장 내 A한식당은 상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된장찌개 정식과 순두부 전골 등 15가지 메뉴의 가격을 일제히 500원씩 올렸다.

계란, 당근 등 주요 재료 값이 오른 김밥집도 1줄에 1천원에서 1천500원으로 올린 집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금정구 구서동 S분식점 업주는 "주변 식당들 모두 최근 500원~1천원씩 음식 값을 올리고 있다. 식재료값이 너무 뛰어 추가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밀가루값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국집과 피자 가게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B중국집은 이달초 자장면 가격을 3년 만에 4천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렸다. 자장면이 대중음식이라는 점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인상된 밀가루 가격을 감당키가 어려웠다는 것이 음식점 주인의 말이다.

시내 변두리 음식점 자장면은 3천500원에서 4천원, 짬뽕, 울면, 우동 등은 4천원에서 4천5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업주들은 "밀가루가격 인상에 각종 야채가격도 평균 20%정도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아이들의 식사대용식으로 자리 잡은 피자가격도 오름세를 타긴 마찬가지. 한국피자헛과 미스터피자 등이 지난해 말 불고기 피자등 대표 메뉴가격을 1천~2천원씩 올린데 이어 동네 피자집들도 가격 인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달 초부터 1천~2천원씩 가격을 올리고 있다. 붕어빵 값도 올랐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H아파트 앞 붕어빵 가게는 1천원에 4개 주던 것을 3개로 줄였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곧바로 서민들의 지갑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은행은 "최근 소비 지출을 줄였다는 가구 중 37%가 외식비를, 16%가 식료품비를 줄였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국·김 형 기자 moon@busanilbo.com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