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댁의 식탁은 건강하십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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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플래닛 피터 멘젤, 페이스 달뤼시오 공저 / 윌북 세계 24國가정의 먹을거리 훑어보기 선진국일수록 심각한 영양과다.비만 음식의‘부익부 빈익빈’현상 되짚어
금요일 저녁, 일주일 치 양식을 구하기 위해 어김없이 가는 곳은 식품부터 생필품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형슈퍼마켓이다. 커다란 카트를 밀며 낱개 포장된 김꾸러미를 담고, 부위별로 깔끔하게 포장된 호주산 쇠고기를 담는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산 오렌지는 필수. 간식거리로 먹을 포테이토칩도 집어넣고, TV 보며 마실 칠레 산 와인,일본 산 캔 맥주, 비타민 섭취를 위한 웰치스 포도주스도 챙겨넣는다. 한참 뒤 계산대 앞, 방대한 식품 목록이 줄줄이 찍힌 영수증 길이에 흠칫 놀란 적은 없는 지? 트렁크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와 식품들을 정리하다 대형 냉장고에 꾹꾹 쟁여넣고, 김치 냉장고도 모자라 냉장고가 너무 작다고 불평해 본 적은 없는지?
‘헝그리 플래닛’은 ‘세계인들의 먹거리’를 취재한 보고서이자 여행기, 사진집이다. 저자들은 전 세계 24개국을 돌며 총 30가족을 만나 그들이 일주일 동안 먹는 모든 먹거리와 가족 구성원들을 함께 사진에 담았다. 사진들은 각기 다른 문화와 풍습을 가진 나라들이 현재 먹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먹고 있는 지, 식단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각 나라이 대표성을 지닌 한 가족이 살아가는 삶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식탁을 보면 한 나라의 문화와 경제가 보인다.
호주의 오지에서는 야생 캥거루나 도마뱀을 잡아 구워 먹고, 그린란드의 사냥꾼 아버지는 바다표범을 잡아 가족들을 먹인다. 차드로 피난 온 한 가족은 삼시 세 끼 같은 메뉴지만 하루 종일 끼니때를 기다리고, 일부다처제의 말리에선 한 남자의 두 아내가 죽이 잘 맞아 함께 돈을 벌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에콰도르의 엄마는 알파우먼이다.8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농사일을 하고 마을의 의사 노릇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세계의 식탁을 여행한 5년 간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 식생활의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부족’에서 ‘포만’으로 이동하는 식탁의 거대한 변화를 담아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보여준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정지 화면으로 찍어서 보여주듯,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지구의 현재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24개국 가족들의 일주일 치 음식 사진을 보면, 얼마나 지구인들의 식탁이 보편화,세계화돼가는지도 한 눈에 집힌다.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세계적인 슈퍼마켓 체인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글로벌 브랜드의 포장 식품이 즐비하다.
음식의 빈익빈 부익부는 심각하다. 선진국으로 갈 수록 고기와 가공식품을 많이 소비하고, 먹는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음식을 사는 데 지출하는 비용도 적지않다.
그 결과 세계의 영양불균형은 갈수록 커간다. 10억명의 인구가 굶주림으로 허덕이는 데 반해 그보다 많은 인구가 너무 많이 먹어 과체중과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점심으로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섭취하면서 저녁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끼니를 굶고 헬스클럽에 가는 현실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인들의 식습관에서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은 두 저자의 특별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퓰리처 상에 버금가는 ‘세계 사진 언론 재단’에서 수여하는 최고상을 수차례 수상한 35년 경력의 사진기자 피터는 취재를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다가 본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미국인들이 조금씩 뚱뚱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의료비와 몸무게는 점점 늘고 있는 현실이 이상해보였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작가인 페이스 달뤼시오는 문명과 동떨어진 오지민들이 생라면을 부수어 먹는 장면을 보고 아연실색했던 경험이 발단이 됐다.
세계를 여행하듯 가족들과 음식 사진들을 한 컷 한 컷 살피다 보면, 때로는 ‘내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 가족’과는 너무나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되묻게 된다. ‘내 가족의 식탁은 어떠한가?’
김이지 기자(eji@heraldm.com)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