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초콜릿이 건강식품?
밸런타인데이로 본‘검은 유혹’의 진실
활성산소 없애고 치아부식 방지
폴리페놀 등 영양성분 첨가 홍보
함유량 너무 적어 큰효과 미지수
고열량으로 오히려 비만 초래도
14일은 발렌타인데이다. 3세기께 순교한 성 밸런타인을 기리는 날로, 남녀가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이 풍습이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변질됐다. 한 제과업체가 발렌타인데이를 겨냥한 초콜릿 광고로 대박을 치자 경쟁업체들도 앞다퉈 이를 판촉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발렌타인데이=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굳어진 것이다. 이런 풍조는 바다 건너 한국에도 정착한지 오래다. 이맘 때면 국내외 초콜릿 제과업체의 판촉 경쟁이 치열하다.
발렌타인데이에는 굳이 연인 관계가 아니어도 손 가까이 초콜릿이 있다. ‘의리’를 내세워 회사 동료나 친구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모습이 새삼스럽지 않다. 때문에 이날 만큼은 누구나 초콜릿 한두 개쯤 입에 대게 마련이다. 달콤쌉싸름한 맛에 빠져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 함량을 50% 이상 높인 ‘다크 초콜릿’은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이번 발렌타인데이에서도 강세를 띌 전망이다.
다크 초콜릿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들은 다크 초콜릿 주성분인 카카오가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피로증후군 등에 좋고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성분인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고 선전한다. 심지어 식욕 억제 효과가 있고 많이 먹어도 살 찔 염려가 적다며 다크 초콜릿을 이용한 다이어트도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를 곧이 곧대로 믿어도 될까. 맘놓고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다크 초콜릿의 이로움을 따질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카카오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이다. 이 성분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카카오 속에 든 폴리페놀은 동일한 무게의 녹차, 브로콜리보다 많을 정도로 함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이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혈압이 높은 남녀 각각 10명씩을 대상으로 다크 초콜릿과 카카오 함량이 20% 미만인 화이트 초콜릿을 먹게 했는데 다크 초콜릿을 섭취한 사람들만 혈압과 악성 콜레스테롤의 혈중수치가 모두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리페놀은 또한 인플루엔자 감염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고 치아의 칼슘염을 보호해 치아 부식을 막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밖에 카카오 콩에는 리니그린이라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변비 해소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서 다크 초콜릿을 건강식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유익한 성분이 부각된 것은 초콜릿 업체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라미용 임상영양과 과장은 “초콜릿에는 인체에 이로운 성분이 존재하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도 초콜릿 제조과정에서 플라보놀 등 유익한 영양 성분이 제거될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심지어 카카오 함량이 80%에 달하는 다크 초콜릿에 항산화 성분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맛에 휩쓸려 과잉섭취할 경우 건강을 해칠 소지가 크다. 우선 쓰디쓴 다크 초콜릿과 기존의 달콤한 밀크 초콜릿이 열량 면에서 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100g 당 대략 400~500kcal나 된다. 밥 한공기가 310kcal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열량이다. 더욱이 포화지방산의 함량도 높다. 이를 감안할 때 초콜릿 다이어트는 어불성설이다.
카페인이 적잖이 들어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 되는 35g의 다크 초콜릿에는 원두 커피 한잔에 맞먹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많이 먹으면 불면증과 불안장애 등을 유발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크 초콜릿은 건강식품이 될 수 없다. 기름 두른 감자칩과 지방 덩어리 땅콩버터 따위가 건강식품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라미용 과장은 “단지 여러 초콜릿 중 같은 양을 섭취할 때 다크 초콜릿이 좀더 낫다고 볼 수 있을 뿐”이라며 “좋은 물질이 일부 들어있다 해서 무턱대고 장기간 과량 섭취하면 비만과 당뇨, 심장병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도움말:라미용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과 과장, 장선영 압구정 함소아한의원 원장>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