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겨울철 보양식 굴과 ‘천생연분’
굴이 제철을 맞았다. 추울수록 속이 알차고 맛도 풍부해지는 굴은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 중 하나로 꼽혀왔다.
굳이 ‘바다의 우유’ ‘영양의 보고’ 등으로 영양가를 따지지 않더라도 굴은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아 왔다.
해산물을 날 것으로 먹지 않는 서양에서도 유독 굴만은 생으로 즐겼다. 프랑스 대문호 발자크는 한 번에 1444개를 먹어 치웠다는 진기록을 남겼다. 또 로마 황제들이 힘의 원천으로 믿었으며 나폴레옹도 전쟁터에서 식사 때마다 빼놓지 않았다는 등 일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먹거리가 바로 굴이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비린 맛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굴을 와인과 함께 매치시킴으로써 환상의 궁합을 찾아냈었다.
굴과 가장 유명한 와인은 부르고뉴의 샤블리이다.
샤블리는 부르고뉴의 최서북단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자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다. 부르고뉴에서는 가장 좋은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을 ‘황금의 언덕(코트 도르)’라고 불리는데 샤블리는 이 황금의 언덕을 열어주는 관문이자 투명하며 금빛이 도는 와인을 생산해 내는 곳이라 해 ‘황금의 문(golden gate)’이라 불린다. 초록빛이 감도는 옅은 노랑색상과 입안에서 모나지 않게 감도는 풍부한 질감이 특징이며 샤블리 전문 와이너리로는 1814년에 설립된 ‘장모로’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샤르도네 단일 품종으로 꽃과 과일, 미네랄 향이 강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이 샤블리가 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수천만 년 전 중생대에 샤블리는 바다였었는데 그래서 진흙, 석회석, 백악질과 뒤섞인 굴 화석이 이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는 샤르도네의 성장에 가장 좋은 토양으로 조개껍데기 아로마를 간직한 특유의 미네랄 향이 최고급 화이트 와인인 샤블리를 만들어 냈다. 굴 껍질을 함유한 토양에서 자라난 포도로 만든 샤블리가 굴과 ‘환상의 마리아주(음식 궁합)’가 된다는 것이 와인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굳이 샤블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종류의 굴이 있는 만큼 거기에 따른 또 다른 화이트 와인을 매칭시켜 보는 것도 재미난 시도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화이트 와인 품종인 ‘피노그리지오’와 굴을 함께 즐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산타마게리타 피노그리지오’는 그린 애플의 풍부하고 짙은 아로마와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며 현재 미국에서 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유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굴에는 강한 질감의 화이트 와인을, 깔끔한 맛이라면 우아하며 산도가 넘치는 뉴질랜드산 쇼비뇽 블랑과 같은 화이트 와인을 권한다. 또 때로는 신선하면서 가볍게 기포가 올라오는 스파클링 와인과 굴을 매칭시켜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한편 굴과 함께하는 식사에 제공되는 화이트 와인은 무엇보다 온도가 중요하다. 굴과 같이 와인을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너무 얼려서는 안 된다. 화이트 와인은 10∼11도에 마셔야 가장 좋지만 높은 등급의 와인은 그보다 1∼2도 높게 서빙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재미난 사실 하나.
프랑스에서는 열두달 중 ‘r’자가 들어가는 달은 굴과 샤블리를 함께하는 것을 피한다. 대신 이 기간에 구운 햄으로 짝꿍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 풍습이다.
한 와인 전문가는 “신선한 산도와 풍부한 과일향을 가진 화이트 와인이 생선이나 해산물과 짝을 이루는 것은 음식과 와인 매칭의 기본”이라면서 “유럽에서는 공식처럼 ‘굴과 샤블리’를 ‘천생연분의 만남’이라고 부를 만큼 첫 줄에 꼽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