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응급실 찾는 이유와 대처법
주부 배영은(35)씨는 설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몇시간이 걸릴 지 기약없는 귀성·귀경길 교통체증도 걱정되고, 가족 모두 위장이 약해 매년 명절 소화장애로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절에는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음, 과식, 부주의 등으로 뜻밖의 응급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
경희대병원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설 연휴기간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 1273명을 분석한 결과, 외상이 23.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급성 위장질환(16.1%), 상기도 감염(10.3%), 뇌졸중(3.1%), 두드러기(2.2%), 허혈성 심장질환(2.0%) 순으로 나타났다.
먼저 외상은 교통사고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통 체증과 졸음 운전이 사고의 원인이다. 도로가 꽉 막혀 있더라도 여유를 갖고 쉬엄쉬엄 가자는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차 안에 있으면 공기순환이 안돼 졸리기 십상이고, 어깨 무릎 발목 등에 긴장성 근육통도 발생한다. 틈틈이 창문을 내려 신선한 공기를 쐬고, 1시간에 한번씩은 차에서 내려 가볍게 걷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근육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운전할 때 의자 깊이 엉덩이와 허리를 밀착시키고 등받이는 105∼110도 정도로 세울 때 피로가 가장 적다. 우리들병원 정재훈 원장은 "여성 운전자는 하이힐처럼 굽높은 신발 대신 드라이브용 단화를 신어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했다.
급성 위장질환으로는 기름진 명절 음식 섭취와 과음으로 인한 배탈, 소화불량이 가장 많다. 소화장애를 예방하려면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를 멀리하고 잠자리 들기 2∼3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다. 식후 바로 눕지말고 똑바로 앉았다가 일어나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해주면 가슴 통증을 유발하는 '위식도 역류질환' 예방에 도움된다. 소화장애가 있을 때는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한두끼 정도 식사를 걸러 위와 장을 쉬게 하는 것이 좋다. 대신 보리차 등으로 속을 달래준 다음,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조금씩 천천히 씹어 먹는다.
특히 어린이들은 과식으로 자주 배앓이를 한다. 구토나 설사를 할 때는 탈수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밥물이나 약국에서 파는 전해질 가루(먹는 링거액 가루)를 물에 타서 먹이면 도움이 된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남수 교수는 "하루 5차례 이상 설사를 하며 열이 나거나 변에 피가 묻어난다면 서둘러 병원을 방문,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긴 여행으로 피로할 경우, 면역기능이 약해져 감기 같은 상기도 감염에 걸리기 쉽다. 수시로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운동을 해 피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 손과 발, 얼굴을 자주 씻고 과일, 채소 등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섭취한다. 감기 증상이나 다른 전염성 질병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어린이나 노인 곁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명절에는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비율도 높아진다. 칼로리가 높고 짠 음식을 과식하면 혈압이 갑자기 올라갈 수 있다.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최한성 교수는 "특히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을 갖고 있거나 비만인 중년의 경우, 뇌졸중과 심장병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연휴동안 음식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드러기도 음식과 관련이 많은데, 평소 잘 먹지 않던 음식들 가운데 자신에게 두드러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모르고 먹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 음식에는 계란, 밀가루, 견과류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밖에 어린이 화상 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화상을 입었을 땐 제일 먼저 상처 부위를 흐르는 찬물에 15∼20분 정도 대고 열을 식혀줘야 한다. 피부가 빨갛게 보이는 1도 화상의 경우, 이런 조치만으로도 깨끗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물집이 잡히는 2도 화상이나 피부가 하얗게 변하는 3도 화상의 경우 열을 식힌 뒤 상처 부위를 거즈나 수건으로 덮고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