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매생이 천국’ 전남 강진 숙마마을, 바다내음 솔솔
입력: 2008년 01월 30일 21:16:52

제철 맞은 매생이가 남도 청정갯벌에 가득하다. 한 점 해풍에 일렁이는 초록물결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장관을 이룬다.

남도 앞바다 물 빠진 갯벌에 대나무가 빼곡하다. 매생이가 제 철을 맞은 갯벌은 한 점 해풍에 초록물결이 일렁인다. 전남 강진군 마량면 숙마마을. 남해 청정해역을 끼고 있는 갯마을이다. 겨울의 복판에 들어선 마을은 매생이 채취에 주민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바람 끝이 매서운 해풍에 맛과 영양을 키우는 매생이는 12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채취시기. 물때에 맞춰 배를 타거나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손으로 훑어낸다. 해질 녘 산허리에서 바라본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뜻의 순우리말. 김이나 파래, 감태와는 ‘사촌’쯤 되는 해초다.

갯벌에서 갓 훑어 온 매생이에 굴을 넣고 끓여내는 매생이국은 겨울철 최고의 별미. 웰빙바람을 타고 ‘몸값’도 무척 올랐다. 남해안 청정해역에서도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잔잔한 물살의 연안에서만 자라는 완전 무공해 해조류인 까닭이다.

고금도와 약산도가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숙마마을은 마량항을 거쳐 간다. 매생이발은 마량항 포구를 지나 신마마을에서부터 숙마마을을 거쳐 바다 건너 고흥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해안가 갯벌을 따라 길게 늘어선 대나무 기둥은 마치 ‘대숲’을 보는 듯 장관이다.

전남의 특산물인 매생이는 강진을 비롯해 완도, 고흥, 장흥 등이 대표적 산지. 전국 생산량의 80~90%가 이곳에서 난다. 김보다 3배 정도 소득이 높고 영양도 만점이다. 철분과 칼륨 등의 무기염류와 비타민A·C 등을 다량 함유해 성장발육 촉진과 골다공증 및 위궤양 예방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숙취해소작용이 탁월해 애주가들의 ‘속풀이’에 그만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매생이를 표현했다.

마량면 신마리 이재범 이장(61)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매생이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 요즘은 물량이 달릴 정도”라며 “영양이 풍부한 매생이는 굴을 넣어 끊여 먹으면 그 맛에 홀딱 반할 정도”라고 자랑이다.

사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매생이는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김발에 달라붙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는 ‘천덕꾸러기’였다. 매생이가 섞인 김은 절반 값도 못 받기 때문. 가난한 어촌에선 매생이국에 밥을 말아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역전됐다. 지금은 매생이발에 김이 붙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매생이 채취를 위한 준비작업은 가을걷이가 끝나면서부터. 10월 말께 바닷가 자갈밭에 대나무발을 깔아 포자를 채묘한다. 이후 한 달쯤 지나 수심 2~3의 바다에 대나무 기둥을 박고 매생이발을 묶는다.

매생이에 담긴 영양분의 원천은 바닷물과 햇빛. 만조 때 바닷물의 영양을 빨아먹고 물이 빠지면 햇빛에 무럭무럭 자란다.

본격적인 채취가 시작되면 주민들의 손발은 바쁘다. 물량이 달리기라도 하면 새벽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발에 달라붙은 매생이는 기계작업이 불가능해 일일이 손으로 따내야 한다. 거침없이 달려드는 한겨울 바닷바람에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와 맞서야 하는 고된 일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 매생이 채취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만만찮기 때문. 채취된 매생이는 물에 헹군 뒤 손등에 둘러쳐 뭉치는데 이를 ‘재기’라 한다. 한 재기는 400. 국을 끓이면 4~5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시세는 4000원 정도.

매생이 중에서도 으뜸은 ‘초사리’(처음 채취한 매생이)다. 숟가락으로도 떠먹지 못할 만큼 가늘고 부드럽고 향이 짙어 감칠맛이 그만이다. 매생이 요리는 굴을 넣어 국으로 끓여먹는 것이 대표적. 또 잘게 썬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넣어 끓이거나 밥, 국수, 부침개 등에 섞어 조리하면 별미를 즐길 수 있다.

매생이는 채취 후 겨울철 상온에서도 3~5일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냉동기술이 발달해 사철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지만 제철 산지에서 먹는 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벌교 갯벌식당 꼬막 정식.

■ 남도 겨울 별미 2선


- 쫄깃한 자연산 참꼬막 정식 밥한공기 뚝딱 -

▲ 보성 벌교 ‘꼬막’

동지섣달부터 설날까지 맛이 절정에 오르는 꼬막은 벌교읍 대포리와 장암마을, 장도리에서 많이 난다.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등 3가지. 이중 100% 자연산인 참꼬막은 골이 깊고 살이 탱탱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갯벌식당(061-858-3322)은 벌교에서 꼬막정식을 최초로 선보인 집. 삶은 꼬막과 무침, 회, 전, 젓갈, 장조림 등 꼬막으로 만든 8가지의 메인요리와 20여 가지의 밑반찬이 나온다. 또 진석수산(061-857-4444)에서는 참꼬막과 맛조개를 택배로 보내준다.


광양 망덕포구 벚굴.

- 일반 굴의 3~5배 크기 숯불에 구운 맛 일품 -

▲ 광양 망덕포구 ‘벚굴’

겨울에서 초봄까지 먹을 수 있는 ‘벚굴’은 100% 자연산으로 벚꽃이 필 때 가장 맛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향이 짙고 영양이 뛰어나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1급 수질을 자랑하는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에서만 서식한다. 2월 중순부터 채취에 들어가는 벚굴은 보통 굴의 3~5배 크기로 삶거나 숯불에 구워먹는 맛이 일품. 망덕포구 인근 하나로횟집(061-772-3637)을 비롯해 20여 집에서 참숯구이와 찜, 굴죽, 굴회 등을 즐길 수 있다. 포장해 가는 벚굴은 한 망태기(20㎏)가 3만5000원선. 또 횟집에서 구이나 찜으로 먹을 때는 8만원선으로 어른 5~6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스포츠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