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色의 몰락


식품.생활용품에 부는 컬러열풍

초록 치즈.붉은 우유…

세제.치약도 검정색

흑미이어 푸른쌀도 인기


‘분홍색 설탕, 갈색 호빵, 초록색 치즈, 검은색 치약, 검은색 세탁기….’


생활용품과 식품시장에 백색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초록색 치즈와 붉은색 우유가 불티나고, 분홍색 설탕과 갈색 찐빵도 강세다. 와인을 뿌린 듯한 붉은색 냉장고와 검은색을 뒤집어쓴 최첨단 세탁기가 등장하면서 ‘가전제품=백색’이란 등식도 무참히 깨진 지 오래다.


‘백색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제품의 색상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커진 데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백색이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주지 못하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는 점도 ‘백색의 몰락’을 재촉하는 이유라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의사나 간호사의 가운이 백색에서 분홍색이나 연두색으로 바뀌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백색의 몰락’은 생활용품과 식품시장을 중심으로 뚜렷하다. 한농제약의 ‘흑치약’은 치약시장에서 흑기사(?)로 통한다. 치약의 색깔이 흰색을 띠는 기존 제품과 달리 온통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흑치약’의 주 원료인 숯은 구강 내 냄새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 인기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숯은 건강식품의 재료로 쓰인다는 점도 인기를 배가하는 대목이다. ‘흑치약’은 매출실적이 두자릿수로 증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치약만 흑기사가 있는 게 아니다.


치아를 하얗게 닦는 칫솔에도 검은색 제품이 등장, 칫솔시장을 흑백대결(?) 구도로 몰고 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한농제약이 숯으로 만든 ‘검은 숯칫솔’이다. 한농제약 관계자는 “화이트닝 제품이 주도하는 치약과 칫솔시장에 쌍끌이 흑기사를 앞세워 백기사를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0년 가까이 백색가전시장을 주도해온 세탁기, 냉장고, 에어콘 등도 색동옷 갈아입기 경쟁이 한창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집과 사무실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연출하는 인테리어 소품의 기능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통 검은색을 뒤집어쓴 삼성전자의 ‘하우젠’이 대표적인 흑색가전이다. 가전업계에선 이 세탁기를 흑진주(?)라고 부른다. 검은색을 배경으로 꽃과 나비 문양을 화려하게 새기고, 전면에 강화유리를 도입해 우아한 디자인을 적용한 게 이 제품의 매력 포인트다.


레드 컬러로 같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와인과 베이지색의 김치냉장고도 있다. 백기사(?)가 떠나고 그 자리를 ‘흑진주’와 ‘홍의장군’이 점유하는 등 세대교체 현상이 뚜렷하다. LG전자의 드럼세탁기 ‘트롬’도 붉은색과 남색으로 몸단장한 탈(脫)백색가전에 속한다. 이 제품은 미국 세탁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외국에서도 파죽지세다.


‘백색의 몰락’은 식품시장에도 불어닥쳤다. 흰색이 대부분인 우유와 치즈, 설탕, 쌀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했다. 서울우유의 ‘푸르네 치즈’ 역시 치즈는 초록색과 주황색이다. 초록색을 뽐내는 ‘푸르네 치즈 시금치’는 철분이 풍부한 유기농 시금치 생즙으로 만들었다. ‘푸르네 치즈 당근’은 무농약 당근 생즙을 첨가해 제품 색상이 주황색인 게 특징이다.


호빵도 ‘백색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샤니는 흰색 위주이던 호빵을 분홍색, 갈색, 초록색 등으로 다양화했다. 기린과 삼립식품도 호빵에 컬러를 입히고 영토 확장에 올인하고 있다. 삼양사의 ‘큐원 플라워 슈가’ 역시 치자에서 추출한 천연색소를 설탕에 입혀 분홍색, 하늘색, 노란색을 연출했다.


매일유업이나 남양유업 롯데우유의 우유와 두유도 검은색, 빨강색, 갈색 등으로 색동옷을 입기 시작했고, 주식인 쌀도 흰색 대신 푸른색 녹차쌀, 검은색이 인기 상한가다.


최남주.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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