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발표 앞두고 부처별 희비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 윤곽이 드러나면서 부처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덩치가 커질 부처는 표정관리에 들어갔고 사라질 위기에 놓인 부처는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이 정부 기능을 통폐합, 더욱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자는 뜻임에도 ‘기능과 업무는 곧 밥그릇’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공직사회의 특성상 부처의 생존을 위해 조직역량을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재경·산자·농림 ‘좋아 좋아’
재정경제부는 기획예산처의 예산 기능을 가져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재경원의 막강한 권한을 다시 누리게 되는 것 아니냐’며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 대장성의 개혁 사례를 언급할 때만 해도 ‘해체’ 위기감이 돌기도 했으나 최근 예산 기능을 기획예산처에서 떼어올 것으로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재경부는 그러나 부총리 제도가 없어진다는 점을 들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예산은 총액배분 자율편성(톱다운) 방식이 정착돼 가고 있어 예산편성권을 갖더라도 과거처럼 다른 부처 사업에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다”면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직급이 받춰줘야 하는데 부총리 제도가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도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산업 부문과 과학기술부의 기술정책 관련 부문을 흡수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다. 산자부 관계자는 “개편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전반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통합이 이뤄질 경우 기존 산자부 본부조직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새 통합부처를 이끌어야 할 국·과장급 관료들의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조직 통합이 단행될 경우 직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것이 공무원의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농림부도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식품업무 일원화’ 구상을 밝힌데다 해양수산부의 수산 업무를 농림부에 이관하는 조직개편안이 유력해 부처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식품위생 업무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막판에 어떻게 개편안이 조정될지 몰라 긴장을 늦추지는 못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아직 조직개편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좋은 일이 있을지 나쁜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면서 “식품·수산이 오더라도 산하기관인 산림청·농촌진흥청 등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면 전체적으로는 조직이 커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해양부·공정위 ‘불안 불안’
해양수산부는 수산부문이 농림부로, 항만·물류·해양부문은 건설교통부로 흡수돼 부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회에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해양부는 존속할 수 있기 때문에 해양부 존속을 원하는 기관·단체와 인사들을 총동원, 의원들을 공략한다는 작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시·군·구 230개 가운데 연안지역 시·군·구는 76개에 불과하고 전체 국회의원(299명) 중 해양부에 우호적인 의원은 100명 안팎이어서 이 같은 노력도 그야말로 지푸라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새 정부가 친 기업적 정책방향을 표방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기획재정부로 통합설 등이 나오고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처럼 아예 통폐합이 확정적이라는 소문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적극적으로 대응이라도 해보겠지만 공정위는 독자존치설도 나오는 등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어서 더욱 불안한 모습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수위 업무보고시 주요 선진국들이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경쟁당국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했던 사례들을 모아 설명했다”면서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공정위의 업무만큼 중요한 것이 없으므로 무작정 조직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파이낸셜뉴스]